GenFic
두 번째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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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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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녹취 열람실은 지하였다. 세라가 나흘 전 앉았던 자리와 같은 방이라는 것을, 윤도경은 알지 못했다. 신청서에는 사유를 적는 칸이 있었다. 그는 펜을 들고 멈췄다. '재열람 사유.' 무엇을 적어야 하는가. 자신이 옮기지 못한 두 글자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렇게 쓸 수는 없었다. 그는 정확히는, 이라고 속으로 정정한 뒤, '통역 정확성 자기 점검'이라 적었다. 거짓은 아니었다. 다만 완전하지도 않았다. 원발화에서 무언가를 뺀 셈이었다. 그는 그 문장을 오래 보았다. 담당자는 서류를 훑고 고개를 들었다. "삼 년 전 망명 심사 통역 건이시죠. 신청인 성함이—" 담당자가 배정 기록과 신청서를 나란히 놓았다. "여기 기록상 통역인 이름이 신청인 성함과 다릅니다." 윤도경은 그 문장을 들었다. 라니가 복도에서 옮긴 문장이, 이번엔 다른 목소리로, 공식 서류의 무게를 얻어 놓였다. "녹취는 남아 있습니까." 그가 물었다. "녹취 파일은 통역인 배정 기록과 별개로 보관됩니다." 담당자가 화면을 확인했다. "다만 이 건은—열람 신청이 이미 한 번 있었네요. 최근입니다." "누구입니까."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윤도경은 되묻지 않았다. 되물어도 답은 나오지 않을 것이었다. 다만 그는 이름 칸이 자기 것이 아닌 배정 서류와, 이미 누군가 열어본 녹취 사이에서, 자기가 서 있는 자리가 좁아지는 것을 느꼈다. 이름은 바뀔 수 있다. 서류는 되밀릴 수 있다. 그러나 녹취 안에서 사라진 두 글자는, 이름이 무엇이든 그대로일 것이었다. "신청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 같은 날, 라니는 마르코의 사무실 앞 계단에 앉아 있었다.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그 종이를 다시 보려 하지 말라고. 라니는 그 말을 순순히 접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접지 않는 것과, 선생님이 그은 선을 밟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걸 알 만큼은 자랐다. 인증 시험 안내서를 폈다. 구술 실연 항목에 '백트랜슬레이션 실연'이 있었다. 원발화를 다시 옮겨 확인하는 절차. 라니는 손가락으로 그 줄을 짚었다. 있잖아요,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릴 때 나는 back-translation 같은 건 몰랐는데. 일곱 살에 왔다. 열두 살에 병원에서 엄마 말을 옮겼다. 엄마가 타는 듯하다고 한 걸 조금 불편하다고 옮긴 날. 그날 아무도 라니에게 다시 옮겨보라 하지 않았다. 확인할 절차가 없었고, 확인할 어른도 없었다. 그녀 자신이 어른의 자리에 앉아 있었으니까. 라니는 안내서를 덮었다. 선생님이 이름 칸을 두고 자기 손으로 확인하러 간 것처럼, 그녀에게도 확인해야 할 옛 발화가 있었다. 다만 그건 녹취 열람실에 남아 있지 않았다. 엄마의 진료실에도, 어디에도. 그녀는 일어섰다. 사무실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꺼내 선생님에게 문자를 썼다가, 지웠다. 종이를 다시 보진 않았어요, 라고 쓰려다 멈췄다. 그건 사실이었지만, 그가 청한 건 안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일에서 물러서는 것이었다. 라니는 다른 문장을 썼다. 선생님, 시험 접수했어요. 있잖아요, 저도 제 back-translation 할 게 있어서요. 전송을 눌렀다. * 윤도경은 신청서 하단의 서명란에 이름을 적었다. 자기 이름을. 이름 칸이 자기 것이 아닌 배정 서류를 확인하려고, 그는 자기 이름을 서명란에 정확히 눌러 썼다. 이 열람 기록은 남을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 물을 것이다. 왜 이 건을 다시 들으셨습니까. 그는 취소하지 않았다. 녹취 파일은 사흘 뒤에 준비된다고 했다. 돌아가는 길, 휴대폰이 울렸다. 라니의 문자였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읽었다. 저도 제 back-translation 할 게 있어서요. 윤도경은 답을 쓰지 못했다. 옮길 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녀가 이미 자기 자리를 정확히 옮겼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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