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사흘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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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은 통역으로 채웠다.
윤도경은 그 사흘 동안 지방법원 두 건과 종합병원 오전 진료 하나를 소화했다. 부스도 진료실도 그를 봐주지 않았다. 발화 속도가 분당 백이십을 넘어서면 정보는 그냥 빠져나갔고, 그는 그 사실을 몸으로 알았다. 사흘째 오후, 그는 열람실로 돌아갔다.
같은 담당자였다. 헤드폰을 건네며 그가 말했다. "지난번에 여쭤보셨죠. 최근 열람한 분." 담당자는 서류를 정리하다 잠깐 손을 멈췄다. "그건 여전히 못 알려드립니다. 다만—같은 언어쌍을 다루시는 분들끼리는 좁으니까요. 이 방을 자주 오가는 분이 몇 안 됩니다."
윤도경은 그 문장을 받았다. 정리하다 멈춘 손. 그는 그 손을 어디서 본 것 같았고, 그 감각을 노트에 옮기지 않기로 했다. 세우면 매끄러워진다. 그는 헤드폰을 썼다.
*
녹취는 삼 년 전의 방을 그대로 데려왔다.
심사관의 질문. 신청인의 답. 그리고 그 사이에 자기 목소리가 있었다. 일인칭이었다. 발화자의 '나'를 그대로 쓴, 축어역의 나. 신청인은 모어로, 빠르게, 겹쳐서 말했다. 두려움 속의 말은 언제나 빠르다. 그는 그때 그 속도 뒤를 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가 왔다.
신청인의 문장 하나가 끝나기 전에 심사관의 다음 질문이 얹혔다. 겹쳤다. 신청인은 어떤 단어를 말했다. 모어로. 위협에 해당하는 말이었다. 협박이었고, 신변의 위험이었고, 옮길 자리가 있었다면 그렇게 옮겼어야 할 말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그 자리에서 '불편'이라고 옮겼다.
윤도경은 헤드폰 안에서 자기가 저지른 손실을 처음으로 들었다. 삼 년 동안 그는 그것을 기억으로만 갖고 있었다. 기억은 정리된 것이었다. 녹취는 정리되지 않았다. 겹친 목소리, 잘린 숨, 반 박자 늦은 자기 통역. 등가는 거기 없었다. 시간도 거기 없었다.
그는 되감았다. 한 번 더. 확인이라기보다, 그 자리에 자기가 정말 있었는지 확인하려는 손이었다. 이름 칸이 무엇이든, 이 목소리는 그의 것이었다. 배정 서류의 이름은 되밀릴 수 있었다. 이 목소리는 되밀리지 않았다.
*
집에 돌아와 그는 노트를 꺼냈다.
앞장으로 손을 가져갔다. 삼 년 동안 펼치지 못한 페이지. 얇아진 종이, 눌린 자국으로만 읽히는 두 글자와 겹쳐 쓴 또 다른 두 글자. 그는 이번엔 펼쳤다.
'위협.' 그 위에 겹쳐 쓴 '불편.' 두 글자와 두 글자. 삼 년 전의 그가 지우고 다시 쓴 흔적이었다. 그는 그때, 옮긴 뒤에 스스로 알았던 것이다. 알면서도 그 페이지를 덮었던 것이다.
윤도경은 오래 그 자리를 보았다. 손이 지운 것과 손이 덮은 것은 다른 일이었다. 그는 이제 그 둘을 나란히 볼 수 있었다.
펜을 들었다. 앞장을 찢지 않았다. 지우지도 않았다. 다만 그 아래 여백에, 삼 년 만에 처음으로 한 줄을 더 적었다.
옮기지 못했다. 정확히는, 옮길 시간이 겹쳐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삼 년간 옮기지 않았다.
세 문장이었다. 어느 것도 그를 풀어주지 않았고, 어느 것도 그를 온전히 벌하지 않았다. 첫 문장은 손실을, 둘째 문장은 구조를, 셋째 문장은 침묵을 적은 것이었다. 그는 그중 하나도 뺄 수 없었다. 빼면 완전하지 않았다.
*
휴대폰이 울렸다. 라니였다.
'선생님, 필기 붙었어요. 구술은 다음 달이래요. 백트랜슬레이션 실연, 있잖아요, 그거 연습할 사람이 없어서요.'
윤도경은 답을 썼다. 이번엔 지우지 않았다. '축하합니다, 라니 씨. 연습 상대는— ' 거기서 멈췄다. 그녀를 자리에 앉히는 일과 그녀와 나란히 앉는 일은 다른 일이었다. 그는 그 차이를 이제 알았다.
'연습 상대는 제가 하겠습니다. 다만 한 건, 삼 년 전 녹취를 들었습니다. 제 손실이 맞았습니다.'
전송을 눌렀다. 답이 오기 전에 그는 노트를 덮지 않았다. 앞장을 펼쳐둔 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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