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이름을 아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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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 빈 지 사흘이 됐다.
삿갓은 오지 않았다. 곽노야도 오지 않았다. 문턱 위엔 아무것도 놓이지 않았다. 셈이 멈춘 게 아니라, 셈이 어딘가에서 세어지고 있는 침묵이었다.
도련이 물지게를 졌다. 물독을 채우러 갔다 왔다. 어깨가 흔들리지 않았다. 물을 부을 때, 마지막 한 방울에서 손끝이 떨렸다. 무거운 것을 든 손은 흔들리지 않고, 내려놓는 손이 흔들린다. 여산은 그 흔들림을 봤다. 자기 어깨가 스무 해 만에 물지게를 기억했듯, 저 아이의 손도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주인장." 도련이 물독 뚜껑을 덮으며 말했다. "사흘 전에, 안 물어봤어요."
"뭘."
"제 이름을요. 그 할아버지가 안다고 했는데. 주인장은 대답 안 했어요."
여산이 국자를 놓았다. 사흘 전엔 아주 짧게 멈췄다. 오늘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부뚜막 위를 봤다. 부러진 칼. 세 닢. 헝겊은 여전히 없었다.
"네 이름은," 여산이 말했다. "네가 쥔 젓가락이다."
도련이 젓가락을 봤다. 비스듬히 쥐고 있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가 기울어져 있었다. 저 각도를 여산은 스무 해 전에 버렸다. 칼과 함께 부러뜨렸다. 그런데 저 아이의 손이 그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가르친 적 없이. 이름을 준 적 없이.
"이십 년 전," 여산이 말했다. "내가 새벽에 한 아이를 이 골목에 두고 갔다. 노파 앞에. 이름을 안 붙였다. 이름이 있으면 찾을 수 있으니까."
도련의 젓가락이 상 위에 멈췄다.
"그 할아버지가 아는 이름은," 여산이 말했다. "내가 안 붙인 이름이다. 그자들이 붙인 이름. 지워야 할 씨앗이라는 이름."
"그럼 저는—"
"넌 도련이다." 여산이 그릇을 밀었다. "노파가 부른 이름. 네가 밥값을 외상 달던 이름." 그는 매향이 접어둔 장부를 폈다. 맨 윗줄. 매강호. 그 아래로 이름들. 여산은 빈 줄을 짚었다. "여기 적힌 이름들은 사연이 되어 돌아온다. 지워지려고 적는 게 아니라, 지워지지 않으려고 적는 거다."
도련의 손이 젓가락을 놓았다. 이번엔 흔들리지 않았다.
문턱에 발소리가 났다. 매향이었다. 사흘 만에. 젖지 않은 옷. 마른 발. 그러나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접힌 종이 한 장.
"주인장." 매향이 상 앞에 섰다. 앉지 않았다. "곽노야가 이름을 알려줬소."
여산이 그녀의 손을 봤다. 종이를 쥔 손. 놓을 줄 아는 손인지, 모르는 손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저 손을 부린 자요. 오라비를 벤 손과, 저 아이를 노린 손을 한 자리에 모은 자." 매향이 종이를 상 위에 놓았다. 펴지 않았다. "흑연방 안에 남은 하나."
여산은 종이를 펴지 않았다. 매향도 펴지 않았다. 이름은 종이 안에 접혀 있었다. 아직.
"셈은 내가 하오." 매향이 말했다. 사흘 전과 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손이 달랐다. 그녀는 접힌 장부 맨 윗줄에 손을 얹지 않았다. 대신 그 아래 빈 줄을 짚었다. 도련이 짚었던 자리 옆이었다. "그런데 이 셈에, 저 아이 이름은 안 세겠소. 지울 이름에서 뺀단 말이오."
도련이 매향을 봤다. 매향은 도련을 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도련의 이름이 놓일 자리를 짚고 있었다.
여산이 국자를 들었다. 솥에서 국물을 펐다. 세 그릇. 문턱 안쪽에 나란히 놓았다.
"먹으시오." 여산이 매향에게 말했다. "이름은 식지 않소. 국물은 식소."
매향이 앉았다. 종이는 상 위에 접힌 채 남았다. 도련이 젓가락을 들었다. 비스듬히. 여산은 그 각도를 이제 감추라 하지 않았다.
밖은 빈 골목이었다. 종이 안의 이름은 아직 접혀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세 그릇이 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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