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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검루의 마지막 문지기

11

검을 두는 자리

연화는 창고 안쪽 가마니 위에 누웠다. 진소하가 옷자락을 찢어 옆구리를 눌렀다. 상처는 다섯 화 전에 난 것인데 아물지 않았고, 아물지 않은 이유는 그동안 앉을 자리가 없어서였다. 연무백이 마철산의 칼로 마른 삼베를 갈랐다. "뜨거운 물." 진소하가 아궁이 쪽으로 갔다. "…….." "아기씨." 연화가 불렀다. "물 끓는 동안 앉아." --- 진소하는 앉지 않았다. 솥에 물을 붓고 불을 붙이고 나서야 돌아왔다. 그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 "화났나." "아니요." "화내도 돼." "…….." "어머니가 칼을 썼다는 것도, 유모가 십 년을 숨긴 것도 오늘 알았잖나." 진소하는 삼베를 접었다. "화가 안 납니다." "…….." "그게 이상합니다." --- 연무백이 상처를 닦았다. 칼자국은 아래에서 위로 그어져 있었다. 찌른 것이 아니라 스치듯 벤 것이었고, 그런 자국은 상대가 밀고 들어오는 것을 옆으로 흘렸을 때 남는다. "이거 다섯 화 전 겁니까." "그렇지." "…….." "우물에서 올라오기 전에 났어." "아래에서요." 연화가 눈을 감았다. "응." --- 물이 끓었다. 진소하가 삼베를 담갔다 짜서 가져왔다. 연무백이 그것으로 상처 주변을 닦고 남은 삼베를 감았다. 감는 손이 빨랐다. 진소하가 그 손을 봤다. "이것도 몸이 아는 겁니까." 연무백은 대답하지 않았다. 감고 나서 매듭을 옆구리가 아니라 등 쪽에 지었다. 누운 사람이 뒤척여도 안 풀리는 자리였다. --- "연무백." 연화가 눈을 뜨지 않고 불렀다. "자네 낙검루 기억나나." 연무백의 손이 멈췄다. "…….." "모르겠지." "…….." "이름은 들어 봤다는 얼굴이군." 연무백이 매듭에서 손을 뗐다. "들어 봤습니다." "어디서." "모릅니다." --- 연화가 그제야 눈을 떴다. "검을 두고 들어가는 누각이야." "…….." "문 앞에 시렁이 있고, 거기 칼을 얹고 들어가. 안에서는 아무도 칼을 안 차." "…….." "그래서 낙검루지." 진소하가 물었다. "누가 만든 겁니까." "몰라. 우리가 갔을 땐 이미 삼백 년 됐다고 했으니까." --- "거기서 뭘 합니까." "약속을 해." 연화가 손가락을 하나 폈다. "들어간 사람끼리는 서로 등지지 않는다." 진소하가 연무백을 봤다. 연무백은 문 쪽을 보고 있었다. 문설주 아래 두 글자가 새겨진 자리였다. `不背` --- "저 글자를." 진소하가 말했다. "…….." "저 글자를 문지기가 새겼습니까." 연화가 대답하지 않았다. 연무백이 대신 말했다. "제가 새겼습니다." "…….." "기억은 안 납니다. 그런데 획이 제 손에 있습니다." 그가 오른손을 폈다 쥐었다. "'배' 자 마지막 획을 제가 아래로 흘립니다. 저 글자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 연화가 웃었다. 웃다가 옆구리를 눌렀다. "자네가 시렁을 지켰어." "…….." "낙검루 문 앞에서 칼을 받아 얹는 게 자네 일이었지. 들어가는 사람 칼을 받고, 나오는 사람한테 돌려주고." "…….." "열두 자루까지 얹은 날이 있었어." --- 진소하가 물었다. "어머니도 거기 계셨습니까." "있었지." "…….." "옥련이가 칼을 맡길 때마다 자네를 보고 웃었어. 자네가 칼자루 방향을 늘 바깥으로 돌려 놨거든." 연화가 천장을 봤다. "급하면 바로 뽑아 나가라고." --- 창고 안이 조용해졌다. 빗물이 처마에서 떨어졌다. 아까와 같은 자리였다. 연무백은 오른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 손이 방금까지 칼자루를 쥐었던 손이었고, 십 년 전에는 남의 칼을 받아 얹던 손이었다. "연화." "응." "저는 왜 나왔습니까." "…….." "거기서 왜 나와서 여기 문지기를 하고 있습니까." --- 연화가 눈을 감았다. "낙검루가 없어졌으니까." "…….." "십 년 전 겨울에." 진소하가 삼베를 쥔 손을 내렸다. "불탔습니까." "아니." "…….." "안에서 칼이 나왔어." --- 백설이 우물 쪽에서 쇠사슬을 한 번 울렸다. 세 사람이 그쪽을 봤다. "연화." "…….." "오늘은 거기까지 하시오." 연화가 대답하지 않았다. 숨이 얕아져 있었다. 잠든 것이었다. --- 진소하가 젖은 삼베를 대야에 담갔다. 담그고 나서 손을 물에 그대로 두었다. "문지기." "네." "어머니는 왜 그 사람 팔을 벴을까요." "모릅니다." "…….." "그건 마철산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진소하가 손을 물에서 꺼냈다. "아는 사람이 여기 하나 있는데." 그가 잠든 연화를 봤다. 연무백이 아궁이에 장작을 하나 더 넣었다. 불이 살아나면서 창고 벽에 세 사람 그림자가 늘어났다. 우물 쪽 그림자 하나가 벽이 아니라 바닥에 붙어 있었다. 쇠사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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