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먼저 뽑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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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칠은 새벽에 돌아왔다.
혼자였고 칼도 안 들었다. 문 앞에서 안을 들여다보다가 발을 들여놓았다.
진소하가 우물 앞에 섰다.
왼발이 반 보 옆으로 나갔다. 어제와 같은 폭이었고 발끝도 같은 방향이었다.
곽칠은 그것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고 세 걸음 더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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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가 발을 거뒀다.
거두면서 얼굴이 굳었다.
곽칠이 그제야 멈췄다. 멈춘 이유는 진소하가 아니라 연무백이 일어섰기 때문이었다.
"문서 가지러 왔소."
"두고 가셨습니까."
"어제 흘렸소."
연무백이 접수대 아래에서 젖은 종이를 꺼내 내밀었다.
곽칠이 그것을 받았다. 받고도 안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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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 셋."
"…….."
"내 사람 아니오."
"압니다."
"…….."
"어떻게 아시오."
"소매 감침이 다릅니다."
곽칠이 자기 소매를 봤다.
"…….."
"백호방이 사람 붙여 준 줄 알았소."
그가 문 쪽으로 갔다.
"나는 빚만 받으러 왔소. 저런 건 모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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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칠이 나가고 진소하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안 통했습니다."
연무백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제는 통했는데 오늘은 안 통했습니다."
"…….."
"제가 잘못 놓은 겁니까."
연화가 가마니에서 목소리를 냈다.
"똑같이 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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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가 돌아봤다.
"그럼 왜."
"저 사람은 못 읽으니까."
"…….."
"보법은 아는 사람한테만 문이야. 모르는 사람한테는 그냥 발이지."
연화가 몸을 조금 일으켰다. 진소하가 등을 받쳤다.
"어제 그 셋은 읽었어. 그러니까 멈췄지."
"…….."
"곽칠은 못 읽어. 그러니까 지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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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가 자기 왼발을 봤다.
"그럼 이건 아무것도 막지 못하는 겁니까."
"막는 게 아니야."
연화가 숨을 골랐다.
"보여 주는 거지. 나 여기 있다고."
"…….."
"읽는 사람은 그걸 보고 정해. 넘을지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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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쪽에서 쇠사슬이 울렸다.
백설이 난간에 기대 있었다.
"어제 그자를 왜 놓아주셨습니까."
진소하가 물었다.
백설이 잠깐 있었다.
"난간 안쪽으로 떨어지면 길로 가오."
"…….."
"길에 사람을 들이는 건 문지기가 정하는 거지 내가 정하는 게 아니오."
그가 쇠사슬을 한 번 당겼다.
"나는 지금 문이오. 문은 사람을 안 고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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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들 무렵 연화가 진소하를 불렀다.
"아기씨."
"네."
"유언 말인데."
진소하의 손이 멈췄다.
"상단 안의 누구도 믿지 말라고 했지."
"…….."
"그 말 어디서 들었나."
"어머니 편지에요. 돌아가시고 석 달 뒤에 나왔습니다."
"몇 자였나."
진소하가 대답했다.
"열한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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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가 눈을 감았다.
"옥련이 글씨는 길어."
"…….."
"열한 자로 끊은 건 급했다는 뜻이야."
"…….."
"아니면 그 뒤를 못 쓴 거고."
진소하가 무릎에 손을 얹었다.
"뒤가 있었을까요."
"있었겠지."
"…….."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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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안이 조용해졌다.
연무백이 아궁이 쪽에서 돌아섰다.
"연화."
"…….."
"낙검루 안에서 칼을 뽑은 게 누굽니까."
연화가 눈을 뜨지 않았다.
"옥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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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안 냈고 손도 안 떨었다. 무릎에 얹은 손 그대로였다.
"왜요."
"…….."
"왜 어머니가 먼저 뽑았습니까."
"안에 칼이 하나 더 있었거든."
"…….."
"시렁에 안 얹은 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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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백의 손이 자기 무릎을 눌렀다.
"제가 받았어야 하는 칼입니까."
"자네가 못 받은 거지."
"…….."
"숨겨 들어온 걸 자네가 어떻게 아나."
"…….."
"옥련이는 알았어. 그래서 먼저 뽑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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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가 물었다.
"누가 숨겼습니까."
연화가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그건 못 말해."
"연화."
"…….."
"말하면 아기씨가 그 사람을 찾으러 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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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가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왼발이 옆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아무도 그 발을 안 봤다. 연화는 눈을 감고 있었고 백설은 우물 안쪽을 보고 있었고 연무백은 문설주를 보고 있었다.
진소하가 발을 거뒀다.
거두고 아궁이 쪽으로 갔다. 솥에 물을 붓고 불을 살렸다.
등을 돌린 채로 말했다.
"어머니가 열한 자를 쓰고 뒤를 못 쓴 게 아니라."
"…….."
"안 쓴 걸 수도 있잖습니까."
연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이 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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