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붙은 자리가 먼저 아프다

4

이틀

이 회차는 이전 비평을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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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각을 한 번 더 하고 나는 다시 걸었다. 골목 끝에서 큰길로 나오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 거기까지 백 걸음이 조금 안 된다. 세어 본 적이 있다. --- 이틀이 지났다. 수요일 아침에 셔터를 올렸다. 반쯤 올리고 손을 놓으면 나머지는 안 올라간다. 내리는 것과 올리는 것이 다르다. --- 아홉 시 십오 분에 남기태 씨가 왔다. 소원이 먼저 봤다. 나는 진료실에 있었고 접수대 쪽에서 소리가 났다. "오늘 오실 날 아닌데요." --- "압니다." --- 나는 문을 열고 나갔다. 남기태 씨가 접수대 앞에 서 있었다. 작업복이 아니었다. 점퍼도 아니었다. 그 회색 점퍼는 가슴에 회사 이름이 박혀 있다. 셔츠에 검은 외투였고 신발도 달랐다. 닷새마다 같은 시각에 같은 옷으로 오던 사람이다. --- "안녕하세요." "네." "…….." "진료 보러 오신 건 아니신가 봅니다." --- 남기태 씨가 접수대 위에 두 손을 올렸다. 올리고 한 번 뗐다가 다시 올렸다. "서류 하나 떼려고요." --- "어떤 겁니까." "여기 다닌 거요." "…….." "진료 받은 거 적힌 거 있잖습니까." --- 소원이 나를 봤다. 나는 남기태 씨를 봤다. "진료기록 사본 말씀이십니까." "그거요." --- "본인 확인만 하시면 됩니다." --- 소원이 접수대 아래에서 서식을 꺼냈다. 꺼내면서 한 번 나를 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기태 씨가 신분증을 냈다. --- 출력하는 데 이 분쯤 걸렸다. 두 번 왔으니 두 번이고 한 장에 다 들어간다. 프린터가 한 장을 뱉는 동안 아무도 말을 안 했다. 소원이 그 한 장을 집었다. --- 집어서 바로 안 줬다. 한 번 읽었다. 위에서 아래로 읽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는 종이가 아니다. 읽고 나를 봤다. --- "원장님." "네." "…….." "이게 답니까." --- 나는 그 종이를 봤다. 두 줄이다. 첫 진료 날짜와 좌측 흉협부 결림. 두 번째 날짜와 같은 상병, 침 치료 경과. 그 아래는 비어 있다. --- "이게 답니다." --- 소원이 종이를 남기태 씨에게 건넸다. 건네고 접수대에서 반 걸음 물러섰다. --- 남기태 씨가 그것을 받았다. 받아서 읽었다. 소원보다 오래 걸렸다. 두 번 읽는 것 같았다. --- "여기……." "네." "…….." "옆구리 얘기가 없는데요." --- "없습니다." --- 남기태 씨가 종이를 내려놓았다. 접수대 위에 놓고 손가락으로 한 번 눌렀다. 종이가 움직이지 않는데도 눌렀다. "그날 만져 보셨잖습니까." --- "만졌습니다." "…….." "세 군데라고 하셨고요." "했습니다." --- "근데 왜 없습니까." --- 나는 대답을 골랐다. 고르는 동안 소원이 아무 말도 안 했다. --- "안 적었습니다." --- "왜요." --- "그때 남기태 씨가 안 찍으신다고 하셨습니다." "…….." "찍은 게 없으면 저는 제가 만진 것만 압니다. 만진 것만 가지고 병명을 적으면 그건 제가 정한 게 됩니다." --- 남기태 씨가 그 말을 들었다. 듣고 한참 있었다. 접수대 위의 종이를 다시 봤다. "그럼 지금 적어 주시면 안 됩니까." --- 나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다. 된다고도 안 했다. --- "적을 수는 있습니다." "…….." "그런데 오늘 적은 게 됩니다." --- "그게 다릅니까." --- "다릅니다." --- 나는 진료실 쪽을 한 번 봤다. 컴퓨터가 켜져 있다. 차트를 열면 날짜가 자동으로 오늘로 찍힌다. 지난 날짜에 끼워 넣는 칸은 없다. 있어도 안 쓴다. --- "기록은 그날 적는 겁니다." 내가 말했다. "나중에 보태면 보탠 게 표가 납니다. 그날 적은 것보다 무게가 가볍습니다." --- "무게요." "…….." "보는 사람이 그렇게 봅니다." --- 남기태 씨가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뺐다. 넣을 때 종이를 안 집었다. 접수대 위에 그대로 뒀다. --- "그럼 어떻게 해야 됩니까." --- 여기서 내가 한 가지를 말할 수 있었다. --- "오늘 다시 보겠습니다." --- "네?" --- "오늘 진료를 보시면 오늘 소견이 생깁니다." 내가 말했다. "만져서 만져지는 것까지는 오늘 날짜로 적을 수 있습니다. 병명은 아니고 소견입니다." --- "소견이요." "뼈가 두꺼워져 있다는 것까지입니다." "…….." "왜 두꺼워졌는지는 안 적습니다." --- 남기태 씨가 치료실 쪽을 봤다. 좁은 쪽 문이 열려 있었다. 옷을 벗어야 하는 사람한테 쓰는 방이다. 봤다가 시선을 거뒀다. --- "오늘은 됐습니다." --- "…….." "시간이 없으십니까." "아니요." --- 남기태 씨가 접수대 위의 종이를 집었다. 집어서 반으로 접었다. 접는 선이 두 줄 사이를 지나갔다. 주머니에 넣었다. --- "그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 나는 그 말을 받았다. "다음이 언제입니까." --- "모르겠습니다." --- 남기태 씨가 문 쪽으로 갔다. 가다가 한 번 섰다. 서서 왼쪽으로 몸을 조금 틀었다. 옆구리 쪽이다. --- 손은 안 올라갔다. --- 문이 열렸다. --- 소원이 접수대를 정리했다. 서식 한 장, 신분증 사본 한 장. 서랍에 넣고 닫았다. 닫고 나서 나를 안 봤다. --- "유 선생." "네." --- "할 말 있으면 하십시오." --- 소원이 서랍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 "오늘 오실 날 아니었습니다." "압니다." "…….." "옷도 다르셨고요." --- "봤습니다." --- 소원이 접수 컴퓨터 화면을 껐다. 껐다가 다시 켰다. 켤 이유가 없는데 켰다. --- "저는 그게 적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무엇이 말입니까." --- "오늘 오신 거요." 소원이 말했다. "진료를 안 보셨으니까 차트에는 안 남습니다. 그러면 오늘 여기 오신 게 아무 데도 안 남습니다." --- 나는 접수대 위를 봤다. 아무것도 없다. 종이는 그가 가져갔고 신분증은 서랍에 들어갔다. --- "유 선생." "네." --- "오늘 여기 오신 게 남으면, 그건 뭘 말하는 겁니까." --- 소원이 바로 대답을 안 했다. --- "닷새 만에 안 오시고 이틀 만에 오셨다는 걸 말합니다." "…….." "그게 뭔데요." --- "저는 모릅니다." 소원이 말했다. "모르는데 적으시겠습니까." --- 나는 그 말을 안 받았다. --- 소원이 접수대 밑에서 장부를 꺼냈다. 진료 장부가 아니다. 택배 온 것, 약재 들어온 것, 수리 부른 것을 적는 것이다. 한의원 물건이지 환자 물건이 아니다. 거기에 한 줄을 적었다. --- `아홉 시 십오 분. 남기태 님 방문. 진료 없음. 사본 발급 1건.` --- 나는 그 줄을 봤다. 시각이 있고 이름이 있다. 병명은 없다. 옆구리도 없다. --- "그건 뭡니까." "방문 기록입니다." "…….." "여기는 환자 기록이 아닙니다." --- 소원이 장부를 덮었다. "원장님이 안 적으시는 건 환자 기록입니다." --- 나는 그 말을 세 번쯤 속으로 다시 들었다. --- 열 시에 예약 환자가 왔다. 일흔셋 되신 분이었고 무릎이었다. 냉장고 얘기는 이제 안 하신다. 아들이 가져갔다고 했다. 침을 놓고 이십 분을 두었다. --- 그동안 나는 진료실에 혼자 있었다. 차트를 열었다. 남기태 씨 이름을 쳤다. 두 줄이 떴다. --- 새 줄을 만드는 칸에 커서가 깜빡였다. 오늘 날짜가 이미 찍혀 있다. 그 아래가 비어 있다. 나는 손을 키보드에 올려 놓고 있었다. --- 올려 놓기만 했다. --- 이십 분이 됐다. 침을 빼고 환자를 배웅했다. 돌아와서 화면을 보니 커서가 그대로 깜빡이고 있었다. 빈 줄을 닫았다. --- 점심시간에 서랍을 열었다. 종이 두 장이 있다. 첫날 그린 것과 그다음 그린 것. 한 장을 더 그릴 자리가 있다. --- 안 그렸다. 오늘은 만진 게 없다. --- 오후에 소원이 커피를 두 잔 타 왔다. 한 잔을 진료실에 놓고 나갔다. 나가면서 아무 말도 안 했다. 아까 그 말을 취소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 다섯 시에 문 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진료실에서 일어났다. --- 남기태 씨였다. --- 아까 그 외투 그대로였다. 손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까 가져간 종이도 안 보였다. 접수대 앞까지 안 오고 문 안쪽에 섰다. --- "원장님." "네." --- 남기태 씨가 문고리를 아직 잡고 있었다. 잡은 채로 서 있었다. 나가려는 사람의 자세도 아니고 들어오려는 사람의 자세도 아니었다. --- "아까 그거요." "네." --- "그거 안 적으신 거." --- "…….." "저 때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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