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사진
닷새 뒤 월요일에 남기태 씨가 왔다.
열한 시 사십 분이었다. 지난번과 같은 시각이다. 야간 일을 하는 사람은 오는 시각이 잘 안 바뀐다.
점퍼도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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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낫습니까."
"나아요."
"어느 정도요."
"기침할 때는 그대로고요."
그가 앉으면서 말했다.
"자는 건 좀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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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을 놓기 전에 다시 만졌다.
지난번과 같은 자리였다. 일곱, 여덟, 아홉.
근육은 지난번보다 풀려 있었다. 풀린 자리 밑에서 뼈가 더 또렷하게 잡혔다.
또렷해졌다고 해서 아는 게 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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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태 님."
"네."
"닷새 동안 무거운 거 드셨습니까."
"들었죠."
"얼마나요."
그가 잠깐 셈을 했다.
"하루에 한 삼백 개요."
"…….."
"삼백 개면 어느 쪽으로 드십니까."
"양쪽 다요."
그가 손을 들어 보였다.
"근데 무거운 건 오른쪽으로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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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을 적어 두었다.
무거운 것을 오른쪽으로 받으면 왼쪽이 버틴다. 받는 쪽이 아니라 버티는 쪽이 굳는다. 그건 결린다는 말과 맞고, 오늘 침을 놓을 자리와도 맞는다.
맞는 것끼리만 놓으면 설명이 되고, 설명이 되면 나머지를 안 보게 된다.
나는 그 생각을 한 번 하고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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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을 놓고 이십 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진료실에 있었다. 대기실에서 소원이 다른 환자를 접수하는 소리가 났다.
이십 분이 지나서 침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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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태 님."
"네."
"사진 한번 찍어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그가 옷을 내리다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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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진이요."
"엑스레이입니다. 갈비뼈 쪽으로요."
"왜요."
"만져지는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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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셔츠 단추를 잠갔다.
잠그면서 나를 안 봤다.
"뭐가 만져지는데요."
"뼈가 세 군데 두꺼워져 있습니다."
"…….."
"그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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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릅니다."
내가 말했다.
그가 그제야 나를 봤다.
"모른다고요?"
"뼈가 두꺼워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손으로는 그중에 뭔지 못 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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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사진을 찍으면 압니까."
"영상에 보이면 압니다."
"안 보이면요."
"안 보이면 없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는 그때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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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잠깐 있었다.
"원장님."
"네."
"그거 찍으면 어디 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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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질문을 받았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대개 되묻는다. 어디에 남는 게 걱정되시느냐고 물으면 사람들이 자기 사정을 말한다. 사정을 알면 답하기 쉬워진다.
오늘은 안 물었다.
물으면 그가 말해야 하고, 말하면 그건 내가 아는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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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습니다."
내가 말했다.
"찍은 병원에 영상하고 판독지가 남습니다. 건강보험으로 하시면 진료받은 기록도 남습니다."
"…….."
"제가 지우는 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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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여기는요."
"여기도 남습니다."
"지금도요?"
"지금은 오신 날짜하고 어디가 불편하신지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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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답니까."
"그게 답니다."
그가 소매를 정리했다.
"뼈 얘기는요."
"안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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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를 봤다.
이번에는 오래 봤다.
"왜 안 적었어요."
"모르는 걸 적으면 그게 진단이 됩니다."
내가 말했다.
"제가 적어 놓으면 나중에 누가 그 기록을 볼 때 저를 보는 게 아니라 글자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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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는 그다음을 안 이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정한 만큼이었고, 그 뒤는 그가 물으면 답할 것이었다.
그가 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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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안 찍을게요."
그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
"안 말리세요?"
"말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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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말했다.
"다만 오늘은 아닙니다."
"그럼 언제요."
"기침할 때 뻐근한 게 심해지면요. 숨 들이쉴 때 걸리면요. 그때는 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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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알겠어요."
"…….."
"그때는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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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일어섰다.
일어서다가 왼쪽으로 한 번 기울었다. 이십 분 누워 있다가 일어나면 다들 그런다. 나는 손을 안 뻗었다. 뻗으면 잡게 되고, 잡으면 그때 또 만져진다.
그가 혼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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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가기 전에 문 앞에서 섰다.
"원장님."
"네."
"그거 세 개라고 하셨죠."
"세 군데입니다."
"…….."
"어디랑 어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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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깐 있었다.
"왼쪽 옆구리입니다. 위에서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아홉 번째입니다."
그가 자기 옆구리에 손을 올렸다.
올려놓고 아무것도 안 했다. 세어 보지도 않았고 눌러 보지도 않았다.
손만 올려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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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요."
그가 손을 내렸다.
"닷새 뒤에 올게요."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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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가고 나서 나는 앉아 있었다.
대기실에서 소원이 그를 배웅하는 소리가 났다. 카드를 긁는 소리, 영수증 나오는 소리, 문에 달린 종소리.
종소리가 나고 나서 조금 있다가 소원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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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네."
"그분 나가시면서 옆구리에 손 올리셨습니다."
"…….."
"저도 봤습니다."
소원이 접수지를 들고 있었다.
"차트에 적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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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를요."
"환자가 자기 왼쪽 옆구리를 만졌다."
나는 소원을 봤다.
"그건 적으면 안 됩니다."
"왜요."
"제가 그 동작이 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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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접수지를 내려놓았다.
"원장님."
"네."
"저는 그 동작이 뭔지 압니다."
"…….."
"뭡니까."
"세 보려다 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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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을 안 했다.
소원이 말한 게 맞을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봤다. 그런데 그렇게 본 것과 그런 것은 다르고, 그 차이를 지키는 게 내 일이다.
"유 선생."
"네."
"그건 유 선생이 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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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니다."
소원이 화면을 켰다.
"그래서 안 적습니다."
"…….."
"그런데 원장님."
"말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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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어디다 적습니까."
소원이 화면을 보면서 물었다.
"차트에 못 적고, 메모지에 적으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고요."
"…….."
"오 년 동안 이런 게 얼마나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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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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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더 안 물었다.
접수 정리를 시작했고, 나는 진료실로 들어갔다. 문을 닫기 전에 소원이 한 마디 더 했다.
"원장님."
"네."
"저 전에 있던 데서요."
"…….."
"적어야 하는 걸 안 적어서 사람이 다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문고리를 잡고 서 있었다.
"…….."
"그때 안 적은 사람이 유 선생입니까."
"아니요."
소원이 접수지를 정리했다.
"제가 적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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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그다음을 말하지 않았다.
나도 안 물었다.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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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진료가 끝나고 나는 서랍을 열었다.
종이 두 장이 있었다. 첫날 그린 것과, 오늘 아침에 한 장 더 그린 것이다.
같은 그림이다. 갈비뼈 열두 줄에 점 셋.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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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의 위치가 같았다.
같은 게 당연하다. 오늘 만진 자리가 그날 만진 자리와 같았으니까.
나는 그 두 장을 겹쳐서 들어 봤다.
창문에 대고 보면 점이 겹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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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다가 그만뒀다.
겹치는지 안 겹치는지 알아서 뭘 할 것인지 나는 정하지 않았다. 정하지 않은 채로 확인부터 하면 그건 아까 소원한테 하지 말라고 한 것과 같은 일이 된다.
두 장을 다시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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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어서 서랍에 넣었다.
넣고 나서 서랍을 열어 둔 채로 잠깐 있었다.
여섯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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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퇴근 인사를 하고 갔다.
나는 진료실 불을 끄기 전에 화면을 한 번 더 켰다.
남기태 님 기록을 열었다.
두 번째 진료 칸이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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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적었다.
`좌측 흉협부 결림. 침 치료 2회. 야간 통증 감소. 기침 시 통증 지속.`
그가 말한 것이다.
그 아래는 안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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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끄고 나왔다.
문을 잠그고 셔터를 내렸다.
셔터가 반쯤 내려왔을 때 손을 놓았다. 나머지는 무게로 내려간다. 오 년 동안 그렇게 했고 한 번도 안 걸렸다.
오늘도 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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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나오다가 한 번 섰다.
남기태 씨가 옆구리에 손을 올렸을 때, 나는 그 손이 세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것은 내가 답을 정해 놓고 있었다는 뜻이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 생각을 한 번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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