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증인석
두 번째 기일은 이 주 뒤였다.
임 선생이 먼저 들어갔고 내가 그다음이었다. 증인 대기실은 창이 없고 의자가 여섯 개였다. 나는 사십 분을 앉아 있었다.
문이 열리고 임 선생이 나왔다.
나를 보고 잠깐 섰다.
"오월 얘기만 물었습니다."
"…….."
"유월은 안 물었습니다."
그가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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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석은 재판장 왼쪽이었다.
선서문을 읽고 앉았다. 앉으면서 방청석을 봤다. 태주가 뒷줄에 있었고 하성규는 없었다. 그는 피고인이라 다른 날에 나온다.
검사가 먼저 물었다.
"증인은 팔월 십일일 응급실에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
"어떤 자격으로요."
"환자로 입원 중이었습니다."
"의료진이 아니었습니까."
"아니었습니다."
"그날 무엇을 하셨습니까."
"환자 손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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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화면 출력물을 제시했다.
`대기 중` 스물세 줄이 찍힌 종이였다.
"이 출력물이 나오는 동안 증인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왜 놓지 않으셨습니까."
나는 대답을 준비해 왔다. 그런데 준비한 문장이 입에서 안 나왔다.
"…….."
"증인."
"모니터에 안 잡히는 게 있었습니다."
검사가 나를 봤다.
"그 부분은 진술에서 제외됐습니다."
"압니다."
"그럼 다시 여쭙겠습니다. 왜 놓지 않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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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깐 있었다.
"놓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화면이 이탈을 권고했습니다."
"권고였습니다."
"…….."
"권고는 따를 수도 있고 안 따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안 따랐습니다."
"의료진이 아닌데 그 판단을 하셨습니까."
"판단은 서지안 선생이 했습니다."
"…….."
"저는 손을 잡고 있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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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이 일어섰다.
"증인은 한의사시죠."
"맞습니다."
"환자 손목을 잡는 것은 한의사에게 진찰 행위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손목을 잡는다고 다 진맥은 아닙니다."
"차이가 뭡니까."
나는 대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진맥은 읽는 겁니다. 그날 저는 안 읽었습니다."
"읽지 않으셨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십니까."
"증명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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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석이 조용했다.
변호인이 다음 서류를 들었다.
"증인의 진료기록부입니다. 하성규 씨 항목이 여덟 번 있습니다."
"있습니다."
"여덟 번 다 이상 소견 없음으로 적혀 있습니다."
"적었습니다."
"증인은 그 사람의 몸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발견 못 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조종당했다는 주장은 증인의 진료기록으로는 뒷받침되지 않는 것이죠."
"뒷받침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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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이 잠깐 멈췄다.
내가 너무 순순히 답해서인 것 같았다.
"증인."
"네."
"그런데 증인은 왜 여덟 번을 적으셨습니까."
"오셨으니까요."
"이상이 없는 사람을 여덟 번 진료하는 게 정상입니까."
"본인이 불편하다고 하면 봅니다."
"그건 진료가 아니라 다른 것 아닙니까."
"…….."
"증인, 답변하십시오."
"다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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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이 끼어들었다.
"증인, 그 여덟 번의 기록에 이상 소견 없음 말고 다른 줄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어떤 것들입니까."
나는 기억나는 대로 말했다.
"본인 자발 내원. 진료비 지불. 피의자 전환 사실 고지받음. 민도윤 씨와 대면. 변호인 조력과 다른 방향의 진술 유지."
"그런 것도 진료기록에 적습니까."
"제 진료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재판장이 서기 쪽을 봤다.
"그 부분도 조서에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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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증인은 피고인 배준상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한 번 있습니다."
"어디서요."
"경찰서 복도에서요."
"무슨 대화를 하셨습니까."
"한 마디 들었습니다."
"뭐라고요."
"이십 분은 좋은 숫자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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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이 조용했다.
변호인이 다음 질문을 준비하다가 멈췄다.
검사가 일어섰다.
"증인, 그 말을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
"증인."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지금은요."
나는 피고인석을 봤다.
배준상이 나를 보고 있었다.
"지금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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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증인, 증인은 그날 응급실 환자의 이름을 아십니까."
"압니다."
"어떻게 아십니까."
"그날 밤에 병원에서 알려 줬습니다."
"…….."
"제 진료기록부에도 적었습니다. 제 환자가 아닌데 적었습니다."
"왜 적으셨습니까."
"그 사람이 살았다는 걸 어디엔가 적고 싶었습니다."
변호인이 이의를 냈다. 재판장이 기각했다.
검사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증인, 그 이름을 여기서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개인정보라 안 됩니다."
"…….."
"그런데 이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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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데 다리에 힘이 덜 들어갔다.
증인석에서 방청석까지 열 걸음쯤 되는데 그 열 걸음이 길었다.
뒷줄에 앉아서 나는 손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오후 신문은 서지안이었다. 사건에서 빠졌지만 증인으로는 나온다. 그는 오전 내내 밖에 있었고 내가 나올 때 복도에서 스쳤는데 서로 말은 안 했다. 증인끼리 말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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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의 신문은 사십 분이었다.
변호인이 배준상과의 사제 관계를 물었다. 지안이 육 년이라고 답했다. 이십 분 대기를 그에게 배웠다고 말했고, 변호인이 그 대목을 두 번 확인했다.
"증인은 스승의 규칙을 어겼습니까."
"어겼습니다."
"왜요."
"환자 맥이 있었습니다."
"모니터에도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 약했고요."
"약한 것과 없는 것은 다릅니까."
지안이 대답했다.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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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일이 끝나고 복도에서 태주를 만났다.
"어떻습니까."
"모르겠습니다."
"…….."
"원장님, 재판은 이긴 사람이 아니라 남은 기록이 정하는 겁니다."
"그건 위로입니까."
"아닙니다."
그가 봉투를 들어 보였다.
"오늘 조서에 원장님 진료기록 다섯 줄이 그대로 들어갔습니다. 아까 재판장님이 남기라고 하신 거요."
"…….."
"변호인이 안 자르고 통째로 읽게 만든 건 원장님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순순히 답하셨습니다."
"…….."
"변호인은 증인이 버틸 걸 예상하고 왔습니다. 버티면 몰아붙일 준비가 되어 있었고요."
태주가 봉투를 겨드랑이에 끼웠다.
"안 버티니까 물어볼 게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여덟 번을 왜 적었냐고 물은 겁니다."
"…….."
"그건 준비한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복도 창을 봤다. 삼 층이라 건너편 건물 벽이 보였다.
"태주 씨."
"네."
"저는 그냥 사실대로 말한 겁니다."
"압니다."
"…….."
"그게 오늘은 전략이 됐습니다. 원장님이 안 노려서 그렇게 된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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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하성규가 왔다.
아홉 번째였다.
"오늘 나가셨다면서요."
"나갔습니다."
"뭐 물었습니까."
"여덟 번 왜 적었냐고요."
그가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오셨으니까 적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손목을 짚었다. 고르게 왔다.
`맥 고름. 결체 없음. 이상 소견 없음.`
아홉 번째 줄을 적고, 그 아래에 오늘 것을 적었다.
`증인 신문에서 본 기록 인용됨.`
영수증을 끊었다. 아홉 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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