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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을 짚으면 살의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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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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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의 필담은 세 번째 기일 아침에 채택됐다. 증거로는 아니고 참고 자료였다. 재판장이 그렇게 정했다. 대신 조건이 하나 붙었다. 변호인이 서면으로 질문을 내면 외삼촌이 서면으로 답한다. 병원에서 하고, 서기가 입회한다. "반대신문 흉내는 냅니다." 태주가 말했다. "흉내요." "그렇게 부르지는 않습니다." --- 서면 질문은 열두 개였다. 전날 저녁에 병원에서 진행했고 두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외삼촌이 한 글자씩 쓰니까 그렇게 됐다. 열두 개 중에 여덟 개에 답했다. 넷은 못 썼다. 손이 안 움직여서가 아니라 답이 안 나왔다고 서기가 적었다. "무슨 질문이었습니까." 태주가 목록을 봤다. "이 년 전 서명할 때 약관을 읽었느냐." "…….." "조카의 능력을 언제 처음 알았느냐." "…….." "공책을 왜 마지막까지 안 냈느냐." "넷째는요." "조카에게 미안하냐." 나는 그 네 번째에서 시선을 멈췄다. "안 쓰셨습니까." "쓰다 말았답니다." "…….." "`미`까지 쓰고 지웠다고 서기가 기록했습니다." 지운 것도 기록에 남는다. --- 피고인 신문은 오후였다. 배준상이 증인석이 아니라 피고인석에서 답했다. 마이크가 하나 있었고 그가 두 번 위치를 고쳤다. 검사가 물었다. "피고인은 재활병원 환자 윤 아무개를 열네 번 방문했습니다." "방문했습니다." "연구 목적이라고 하셨습니다." "인지 재활 연구입니다." "연구계획서에 그 환자의 조카에 관한 항목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 "부수적 자료 조항에 포함됩니다." --- 검사가 스케치북 사본을 제시했다. `니맥 재는거 알려주면 누나 얼굴 찾아준다` 재판장이 그 장을 봤다. "피고인,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그런 취지로 말한 적은 있습니다." "취지가 무엇입니까." "기억 재활은 정서적 동기가 필요합니다. 환자가 붙잡고 싶어 하는 기억을 목표로 삼는 게 표준입니다." "…….." "누나 얼굴은 그 환자의 목표였습니다." --- "그러면 조카의 맥을 재라고 하신 것도 재활입니까." "관찰 과제입니다." "과제요." "환자에게 주 단위 과제를 줍니다. 무언가를 세거나 적게 합니다. 인지 유지에 효과가 있습니다." "공책은 왜 사 오라고 하셨습니까." "적으려면 공책이 필요합니다." 검사가 잠깐 말을 멈췄다. "피고인은 그 공책의 숫자를 받아 보셨습니까." "봤습니다." "복사하셨습니까." "촬영했습니다." "어디에 쓰셨습니까." 배준상이 처음으로 마이크에서 조금 물러났다. "참고했습니다." --- "v4.14의 사 초는 그 공책에서 나왔습니까." "직접 나온 건 아닙니다." "간접적으로요." "…….." "피고인." "참고했습니다." "같은 답을 두 번 하셨습니다." 변호인이 이의를 냈다. 재판장이 기각했다. --- 검사가 다음 서류를 들었다. 임 선생의 근무표였다. 오월 이십일일과 유월 삼일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피고인, 이 두 날의 알림은 피고인이 설계한 규칙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오월 건은 담당의가 따르지 않았고 환자가 살았습니다." "…….." "유월 건은 담당의가 화면을 보지 못했고 환자는 다음 날 사망했습니다." "…….." "피고인, 이 두 건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배준상이 대답하지 않았다. 재판장이 다시 물었다. "피고인, 답변하십시오." --- "차이는 없습니다." 법정이 조용했다. "제 규칙은 두 번 다 같은 걸 띄웠습니다." "…….." "한 사람은 봤고 한 사람은 못 봤습니다. 그건 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 검사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못 보게 만드신 게 아닙니까." "…….." "이십이 시부터 여섯 시. 담당자 확인 불요." 배준상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건 절차 설계입니다." "절차를 설계하면서 사람이 볼 시간을 빼셨습니다." "…….." "피고인." --- 그가 대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제가 삼십 년 동안 본 게 있습니다." "…….." "밤에 확인 전화를 받은 담당의는 대부분 화를 냅니다." "…….." "그러면 그다음부터 삼 년 차는 전화를 안 겁니다." "…….." "저는 전화를 없애면 그 사람이 안 미안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법정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게 답변입니까." 검사가 물었다. "그게 답변입니다." ---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하나를 물었다. "피고인, 확인 절차를 남겨 두면 무엇이 달라졌겠습니까." 배준상이 마이크를 조금 당겼다. "느려집니다." "얼마나요." "평균 사 분에서 칠 분입니다." "그 시간에 사람이 죽습니까." "죽을 수 있습니다." "…….." "살 수도 있습니다." 재판장이 서류를 덮었다. "피고인은 그 두 경우를 다 계산하셨습니까." "…….." "피고인." "한쪽만 했습니다." "어느 쪽입니까." "느려서 죽는 쪽이요." 법정에서 누가 의자를 움직였다. "반대쪽은 왜 안 하셨습니까." 배준상이 대답하지 않았다. 재판장이 기다렸다. 삼십 초쯤이었다. "기록에 남기겠습니다. 피고인 무응답." --- 기일이 끝나고 나오는데 복도에서 배준상과 마주쳤다. 변호인 둘 사이였고 그가 걸음을 늦췄다. 나는 비켜섰다. 그가 지나가면서 나를 봤다. 아무 말도 안 했다. 이번에는 나도 안 했다. --- 밤에 하성규가 왔다. 열 번째였다. "오늘 그 사람 나왔습니까." "나왔습니다." "…….." "뭐라고 했습니까." 나는 대답을 골랐다. "밤에 전화를 없애면 삼 년 차가 안 미안해질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그가 그 말을 들었다.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저한테는 종이를 줬습니다." 그가 말했다. "…….." "주소하고 이름이 적힌 종이요. 그거 받으면 제가 안 미안해집니까." 나는 손목을 짚었다. 고르게 왔다. --- `맥 고름. 결체 없음. 이상 소견 없음.` 열 번째 줄이었다. 그 아래에 적었다. `본인 자발 내원.` 펜을 놓았다. "하성규 씨." "네." "내일 나가십니까." "모레요." "…….." "제 건은 따로 합니다." "압니다." 그가 일어섰다. "원장님." "네." "모레 오후에 끝나면 저녁에 오겠습니다." "엽니다." --- 영수증을 끊었다. 열 장이 됐다. 서랍을 닫는데 안쪽에서 종이가 밀리는 소리가 났다. 열 장쯤 되니까 소리가 난다. 나는 서랍을 다시 열어 사본 뭉치를 손으로 눌렀다. 누르고 닫았다. --- 자정까지 삼십 분이 남았다. 손님은 안 왔다. 진료실에 들어가 침통을 열었다. 스물네 개 중 여섯 개를 썼고 열여덟 개가 남아 있었다. 쓴 것은 버렸고 새것을 채워 넣지 않았다. 채워야 하는데 아직 안 샀다. 침통을 닫고 접수대로 나왔다. 벽의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둘. 이십 분을 줄일 때는 줄인 사람의 이름과 이유를 적는다.` 오늘 법정에서 이름이 하나 남았다. 무응답도 이름 옆에 붙는다. 삼십 년 동안 야간을 본 사람이 반대쪽을 계산하지 않았다는 것이 오늘 조서에 들어갔다. 계산을 안 한 것은 죄가 아니다. 안 한 채로 만든 것은 다르다. 나는 형광등을 껐다. 껐다가 접수대 것만 다시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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