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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을 짚으면 살의가 들린다

37

여덟 곳

항소는 양쪽 다 했다. 검찰은 치사 무죄 부분을, 배준상 측은 양형을 다퉜다. 이심은 내년 봄에 잡혔다고 태주가 알려 줬다. "길어집니까." "일 년쯤 봅니다." "…….." "그동안 나머지 여덟 곳을 갑니다." --- 여덟 곳 조사는 시월 중순에 시작됐다. 태주 혼자가 아니라 팀이 붙었다. 검찰이 수사 지휘를 확대했고, 병원마다 야간 근무자를 전수로 만났다. 십일월 첫 주에 태주가 왔다. "넷 끝났습니다." "…….." "목격 진술이 아홉 건 나왔습니다." "아홉이요." "본 사람이 아홉입니다. 따른 사람은 다섯이고요." --- 나는 접수대에 앉아 있었고 태주는 서 있었다. "환자는요." "다섯 건 중에 세 건은 환자가 살았습니다." "…….." "두 건은 사망입니다." "…….." "그중 한 건은 인과가 잡힐 수도 있습니다. 기저질환이 없었습니다." 나는 손을 무릎에 놓았다. "이제 몇 명입니까." 태주가 대답하지 않았다. "태주 씨." "세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 "저번에도 말씀드렸습니다." --- "그럼 형사님이 세십시오." "세고 있습니다." "몇입니까." 그가 수첩을 폈다가 덮었다. "지금까지 네 명입니다." "…….." "여덟 곳 중에 넷 봤습니다." "나머지 넷은요." "이번 달 안에 갑니다." --- 십일월 셋째 주에 나머지 넷이 끝났다. 목격 진술이 여섯 건 더 나왔다. 따른 사람은 셋. 사망은 한 건. 전체로 다섯 명이었다. 배준상이 법정에서 말한 연간 삼에서 다섯이라는 숫자가 오 개월에 대해 다섯이었다. 그가 계산한 것보다 많았다. --- "살린 쪽은요." 내가 물었다. "그건 안 셉니다." "…….." "셀 방법이 없습니다." 태주가 컵을 들었다. "그 규칙이 없었으면 죽었을 사람이 몇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안 죽은 사람은 자기가 안 죽은 줄도 모르고요." "…….." "그래서 저쪽이 그 숫자를 씁니다." "검찰은요." "저희는 죽은 사람만 셉니다." --- 여덟 곳 중에 한 곳에서는 아무도 진술을 안 했다. 야간 근무자가 열둘이었고 열둘 다 못 봤다고 했다. "기억이 안 나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 "로그에는 그 병원에서도 알림이 뜬 기록이 있습니다. 네 번이요." "…….." "네 번 다 아무도 못 봤다고 하면 그건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 "진짜 못 봤거나, 병원이 정리했거나." 태주가 컵을 내려놓았다. "저는 후자로 보는데 증명을 못 합니다." "병원이 왜 그럽니까." "병원도 피해자인데, 피해자인 걸 밝히려면 그날 밤에 뭘 했는지 다 꺼내야 하니까요." --- 임 선생 이야기가 그 자리에서 나왔다. "그분이 처음에 답하신 게 저희한테 제일 컸습니다." 태주가 말했다. "…….." "한 사람이 먼저 말하면 다음 사람이 말합니다. 아무도 안 하면 아무도 안 합니다." "…….." "여덟 곳 중에 다섯 곳에서 진술이 나온 건 그 덕입니다." 나는 그 말을 임 선생에게 전할까 하다가 안 했다. 전하면 그건 위로가 되는데, 그가 지금 필요한 게 위로인지 나는 모른다. --- 십이월에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했다. 치사 부분이 두 건에서 다섯 건으로 늘었다. 그중 셋은 인과 입증이 어렵고 둘은 다툴 만하다고 했다. 기사가 났다. 한 곳에서 났고 사흘 뒤에 두 곳이 더 받아 썼다. 그 뒤로 안 났다. 기사에 열한 곳 이름은 안 나왔다. 병원 이름을 쓰면 그 병원 환자들이 불안해한다고 했다. 이름이 안 나온 채로 기사가 끝났다. --- 그 무렵 진료실에 손님이 늘었다. 기사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겨울이라 어깨와 허리가 늘었고, 야간에 여는 데가 근처에 없어서 오는 사람들이었다. 십이월에 하루 평균 다섯이었다. 일월에는 일곱이 됐다. 침통을 두 개 더 샀다. 스물네 개짜리로 두 통. 일월 셋째 주에 소정이 왔다. 여덟 달 만이었다. 창고에서 나온 뒤로 처음이었고, 문을 열고 들어와서 한참 서 있었다. "앉으십시오." "…….." "소정 씨." "저 여기 못 올 줄 알았습니다." 그가 의자에 앉았다. "손이 저립니다. 병원에서는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손목을 짚었다. 고르게 왔다. 결체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 "그런데 저리시죠." "저립니다." "자세 때문일 수 있습니다. 목을 좀 보겠습니다." 목 뒤 근육이 굳어 있었다. 오래 한쪽으로 자는 사람의 몸이었다. 침을 세 개 놓고 십오 분 두었다. --- 빼면서 그가 물었다. "그 사람 재판 어떻게 됐습니까." "집행유예입니다." "…….." "안 들어갔습니까." "안 들어갔습니다." 소정이 팔을 두 번 돌렸다. "저는 그 사람 얼굴을 모릅니다." "…….." "기억이 없으니까요. 도윤 씨는 봤다면서요." "봤습니다." "…….." "저는 안 볼 겁니다." 그가 일어섰다. "안 보는 것도 되는 거죠." "됩니다." --- 하성규는 계속 왔다. 일주일에 한 번쯤이었다. 화요일이나 목요일이었고, 새벽 일 나가는 날은 안 왔다. 이월에 그가 열아홉 번째로 왔다. 손목을 짚었다. 고르게 왔다. "원장님." "네." "이거 언제까지 합니까." 나는 펜을 놓았다. "안 오셔도 됩니다." "…….." "그런 뜻으로 여쭌 게 아닙니다." "압니다." --- "제 맥이 이제 제 것 같습니다." 그가 말했다. "…….." "밤에 누워도 세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요."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부터 안 셌습니다." 나는 진료기록부를 폈다. 열여덟 줄이 있었다. 전부 같은 문장으로 시작했다. `맥 고름. 결체 없음. 이상 소견 없음.` 열아홉 번째 줄을 적었다. 같은 문장이었다. 그 아래에 처음으로 다른 걸 적었다. `환자 진술: 박동을 세지 않게 되었다고 함.` --- "이거 적으시면 뭐가 됩니까." 그가 물었다. "기록이 됩니다." "…….." "열여덟 번 없다가 열아홉 번째에 있는 겁니다." "뭐가 있습니까." "변화요." 그가 그 말을 들었다. "좋은 겁니까." "좋습니다." --- 이만 원을 냈다. 영수증을 끊었다. 열아홉 장이 됐다. 서랍이 얇아서 이제 안 닫힌다. 나는 사본 뭉치를 클립으로 묶어 옆 칸으로 옮겼다. 옮기면서 첫 장을 봤다. 작년 팔월 십칠일이었다. 반년이 지났다. --- 그가 나가고 나서 태주에게 전화가 왔다. "원장님, 이심 기일 잡혔습니다." "언제입니까." "사월입니다." "…….." "증인 다시 부릅니다." "저요?" "서 선생님하고 임 선생님도요." 나는 창밖을 봤다. 이월이라 여섯 시에 벌써 어두웠다. "임 선생님은 아직 야간 안 서십니까." "모릅니다." "…….." "그건 제가 물을 일이 아니라서요." 전화를 끊고 나는 접수대 불을 켰다. 여섯 시였다. 문을 열자 찬 공기가 들어왔다. 골목에 아직 사람이 없었다. 나는 문을 그대로 열어 두고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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