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두 번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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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접안했다. 외통로 저편에서 물리는 소리가 났고, 태그는 이제 노인의 몸을 다 따라온 채 마지막 칸에서 멎었다. 정거장이 하나의 여정을 마쳤다는 뜻이었다. 세이런은 그 소리를 등 뒤로 들었다. 방 안의 두 손은 아직 서로를 놓지 않았다.
도렌이 움직였다.
물러선 자리에서 한 걸음. 그러나 문 쪽이 아니었다. 그는 기록실의 단말 쪽으로 갔다. 세이런은 그 등을 보았다. 3년 동안 언제나 명령을 내리러 오던 사람이, 지금은 무언가를 스스로 열어 보이러 가고 있었다.
"보관원." 도렌이 말했다. 화면을 향한 채였다. "감사 로그를… 확인해 주십시오." 정중함은 여전히 얇았고, 말은 짧았다. "오늘 새벽 제가 서명한 두 건. 차폐 연장 두 건입니다."
"압니다." 세이런이 말했다.
"그 아래." 도렌의 손가락이 화면을 짚었다가 멈췄다. "한 건이… 더 있습니다. 제가 방금 넣었습니다." 그는 카이엔 쪽으로 몸을 돌렸다. 노인의 눈은 그를 보지 못했으나, 얼굴은 목소리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선생님. 저 손님의… 명부를 지운 게 접니다."
카이엔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규정을 기초한 사람이, 규정을 어긴 사람이 스스로 말을 다 하도록.
"정원이 초과됐었습니다." 도렌이 말했다. "한 사람만… 흔적 없이 지우면, 숫자가 맞았습니다. 저는 그게… 이름인 줄 몰랐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완곡어법을 잃었다. "아니, 알았습니다. 알면서 지웠습니다. 떠나려면 흠이 없어야 하니까."
이레 씨가 그 소리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세이런은 긴장했다. 삭제한 자와 삭제당한 자가 같은 방에서 마주 서 있었다. 그러나 이레 씨는 카이엔의 손을 놓지 않았다. 다만 낮게 물었다.
"그럼… 방금 넣은 건." 문장이 끊겼다. "무슨… 이름이에요."
"당신의 이름은… 없습니다." 도렌이 말했다. "그건 제가 지웠으니까요. 되돌릴 수 없습니다. 흔적까지 지운 삭제는… 복구되지 않습니다." 그는 잠시 멈췄다. "제가 넣은 건 제 이름입니다. 삭제자 서명. 언제, 누가, 무엇을 지웠는가. 그게… 지금 제가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기록입니다."
세이런은 그 말을 이해했다. 도렌은 이레 씨의 과거를 돌려줄 수 없었다. 대신 자신이 그것을 앗아갔다는 사실을 흔적으로 남기고 있었다. 지워진 자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지워졌음을 증언하는 방식으로. 그것은 파멸을 향한 고백이 아니었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를 본부의 응답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서명이었다.
카이엔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관." 노인이 말했다. 낮춤도 존대도 아닌, 오래 미룬 말이었다. "지운 걸… 되살릴 순 없어. 그건 규칙이지." 숨. "하지만 지웠다고 적는 건… 다른 일이다. 그것도… 기록이야." 노인의 목소리가 조금 풀렸다. "늦었지만, 그건 했구나."
도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깨가 한 번 내려갔다. 세이런은 그 침묵이, 어젯밤 그가 처음 남긴 이름보다 조금 가벼워졌다는 것을 알았다. 무게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제 그 무게는 그의 몫이 되어, 그의 이름 아래 놓여 있었다.
이레 씨가 카이엔의 손목을 다시 두드렸다. 셋에 둘. 그러곤 멈췄다. "이름이… 없어도." 그가 말했다. "여기 있는 건, 나예요." 문장은 여전히 끊겼으나, 되묻지 않았다.
세이런은 세 사람을 보았다. 되찾을 수 없는 이름과, 그것을 지웠다고 적은 서명과, 그럼에도 손목을 두드리는 손. 완전한 복원도, 완전한 소거도 아니었다. 그 사이의 어딘가에 이레 씨가 앉아 있었다.
그때 카이엔이 세이런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젯밤의 물음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다만 이레 씨의 손을 한 번 더 쥐었다 놓았다. 손이 하는 일을, 세이런이 보게 하려는 듯이.
세이런은 하층 서고로 내려가는 계단을 등지고 서 있었다. 그쪽에서 늘 같은 시각에 나던 냄새 — 노후한 매체의 오존 냄새와 차가운 금속 냄새가, 지금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그 냄새 쪽으로 몸을 돌리지 않았다. 아직은.
배가 완전히 물렸다. 통로의 압력이 안정되었다는 신호가 떴다. 하선객은 더 없었다. 이레 씨가 마지막이었다.
세이런은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매일 그 서가 앞에서 멈춰 서던 손이었다. 코드를 아는 손, 그러나 한 번도 입력하지 않은 손. 그 손이 지금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머리가 시키지 않은 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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