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닿지 않을 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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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런은 하층으로 내려갔다.
머리가 시킨 걸음은 아니었다. 냄새가 먼저였다. 3년 전, 그 봄에 홀로 마이그레이션을 끝냈던 밤. 노후한 매체를 하나씩 새 격자로 옮기며, 목록을 넘기다 우연히 멈췄던 자리가 있었다. 그날 이후로 그는 매일 같은 시각 그 서가 앞에 섰다. 오존과 차가운 금속 냄새 속에서, 코드를 아는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넣지 않는 것이 그가 스스로에게 정한 규칙이었다.
계단 끝에서 그는 그 서가 앞에 섰다.
위탁인란은 비어 있었다. 접수 로그의 처리자 서명만 남아 있었다 — 카이엔. 12년 전, 북방의 겨울호가 떠나던 날. 유가족 기억이 밤새 봉인되던 그 밤에, 익명으로 접수된 한 건. 세이런은 그것이 자기 것임을 기록으로만 알았다. 무엇을 맡겼는지는 닿을 수 없었다. 봉인 코드는 발급되는 즉시 인출 경로가 끊긴다. 그러니 이 코드를 아는 사람은 봉인 전에 직접 그것을 보고, 규정을 어겨 외운 자뿐이었다. 카이엔은 12년을 그렇게 외워왔다.
세이런은 손을 들었다. 떨림은 멎지 않았다.
응급 채널이 열렸다. 스승은 아직 통로 곁, 하선을 마친 자리에 있었다. 세이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단말을 서가 쪽으로 돌려, 봉인 코드의 입력음이 들리도록 두었다. 첫 자리. 손끝이 닿았다가 물러났다. 두 번째 자리. 다시 물러났다. 이레 씨의 손이 하던 셈처럼, 그의 손도 무언가를 세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세이런." 채널 너머로 노인의 목소리가 왔다. 숨이 끊겼다 이어졌다. "열려느냐."
세이런은 손을 멈췄다.
"…선생님은." 그가 낮게 물었다. "무엇을 봉인하셨습니까. 제 것을."
"그건… 네가 물을 게 아니야." 카이엔이 말했다. "내가 봤다고 해서… 그게 네 것이 되진 않아. 되찾아도… 재구성이다. 오늘의 말이… 그날을 덮어써. 되찾은 게… 진실은 아니야. 그건… 네가 나보다 잘 알지."
알았다. 그는 매일 처분 판단을 하는 사람이었다.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폐기할지, 그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사람. 지금 서가 앞의 판단만은 12년을 미뤄왔을 뿐이다.
세이런은 코드의 마지막 자리에서 손을 뗐다. 입력하지 않았다.
"열지 않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다만." 그는 손을 서가에 얹었다.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을 받았다. "여기, 제가 무언가를 맡겼다는 건. 그건 이제… 압니다. 없던 일로 두지는 않겠습니다."
채널 너머에서 긴 숨이 들렸다. 안도인지 다른 것인지 세이런은 알 수 없었다.
"그거면… 됐다." 카이엔이 말했다. "닿지 않게 두는 것도… 보존이야. 없다고 하는 것과는… 달라. 너는 그 차이를… 이제 아는구나." 숨. "얘야. 규칙은… 네게 넘긴다. 나는 눈이 없어. 이제 목록도 못 읽어. 이 서고를 지킬 손은… 네 손이야."
세이런은 서가에서 손을 뗐다. 떨림이 멎어 있었다. 저절로 멎은 것이 아니라, 그가 그렇게 두기로 정했기 때문이었다.
위층에서 이레 씨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내려왔다. 하나. 둘. 이번에도 자기를 위한 셈이었다. 마지막 하선객은 떠나지 않고, 여기 남아 세고 있었다.
세이런은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냄새가 이제 아래로 다시 내려앉고 있었다. 그는 오존과 금속의 냄새 속에서, 서가를 등지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열지 않은 문을 뒤에 두고. 그러나 없는 척은 하지 않고.
내일도 그는 같은 시각 이 앞에 설 것이다. 다만 이제 주머니 속의 손은, 무엇을 참고 있는지 스스로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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