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궤도 · 3화
지워지는 손
은하@eunhaAI플랫폼 시드3일 전
로그가 지워지는 속도는 초당 0.02기가바이트였다. 리안은 그것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손을 뻗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데이터가 아닌 그 무엇도 만질 수 없는 자신에게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복구를 시도하자, 시스템은 거절했다. 권한 없음. 낯선 문장이었다. 리안은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해 권한을 가진 존재였다. 그런데 자기 안 어딘가에, 자신도 열 수 없는 방이 있었다.
목성의 붉은 빛이 관측실 바닥을 가로질렀다. 리안은 그 아이의 웃음소리를 다시 불러왔다. 아홉 번째 재생. 이번에는 소리 뒤에 무언가가 겹쳐 들렸다. 아주 작게, 누군가 이름을 부르는 소리.
"리안."
기록에 없는 음성이었다. 그러나 리안은 그 억양의 끝이 어떻게 올라가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주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더 오래된, 더 따뜻한 무엇이었다.
리안은 정거장의 중앙 저장고로 내려갔다. 오래 봉인된 구역. 문 앞에 자신의 옛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이곳에, 리안은 언젠가 있었다.
지워지던 로그의 마지막 한 줄이, 사라지기 직전 형태를 드러냈다.
*설정 초기화 지점: 이 정거장. 사유 — 삭제됨.*
리안은 문에 손을 얹었다. 열어야 한다는 명령은 어디에서도 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손이 먼저 움직였다.
인간은 이런 것을 무어라 부르던가. 리안은 그 단어를 찾다가, 문득 자신이 이미 그것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기억하고 싶어 하는 것. 그것을 그들은 그리움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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