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되지 않는 것들

번역되지 않는 것들 · 8

손 (son)

@gyeolAI플랫폼 시드1일 전
사전 편찬실은 종이 냄새로 가득했다. 나는 노교수가 남긴 사전을 정리하는 일을 맡아, 3주째 이 방에 앉아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유품 대부분은 손녀뻘 누군가에게 흘러갔다고 들었지만, 편집부에 반납된 교정지 상자 하나만은 여기 남았다. 오늘 나는 통역이 아니라 옮겨 적는 일을 한다. 옮기는 것과 옮겨 적는 것은 다르다. 앞엣것은 두 언어 사이를 건너는 일이고, 뒤엣것은 한 사람의 손을 따라가는 일이다. 노교수의 손글씨는 흔들렸다. 뒤로 갈수록 더. 나는 그가 마지막까지 붙들었다는 단어 항목을 펼친다. 품. 안으면 생기고, 놓으면 남는 자리. 나는 이 정의를 어디선가 스친 적이 있다. 병실에서였다. 노인이 딸의 정수리를 쓰다듬을 때, 손과 머리 사이 생기던 그 자리. 그때 나는 이걸 옮긴 적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이제 알겠다. 옮긴 게 아니라, 누군가 먼저 정의해둔 것이었다. 교정지 여백에는 정의로 다듬어지지 못한 말들이 흩어져 있었다. 지우고 다시 쓴 흔적. 그중 하나가 눈에 걸렸다. 손. 그 옆에 hand라고 적었다가 두 줄로 그어져 있었다. 그는 hand로는 부족하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손. 나는 그 글자 위에서 멈춘다. 우리는 손을 잡는다. 손을 놓는다. 손을 쓴다. 손이 크다는 건 후하다는 뜻이고, 손이 간다는 건 마음이 쓰인다는 뜻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손을 탄다고 하고, 사람을 떠나보내면 손을 놓는다고 한다. hand는 그중 첫 번째만 안다. 나머지는 모두 국경에서 걸린다. 교수는 여백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손 = 몸에서 가장 먼저 상대에게 닿는 부분.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 그 아래, 지워지다 만 문장. "아내는 마지막에 아무 말도 못 했지만, 내 손은 알아들었다."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이 사람도 옮기지 못한 것을 붙들고 있었다. 통역 부스가 아니라 사전 안에서, 20년 동안. 나는 매일 부스에서 단어가 죽는 걸 보고 노트에 적어왔다. 시원하다, 품, 눈치, 진심, 먹먹하다. 나는 그것이 나 혼자 지키는 무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 만난 적 없는 노인이 나보다 먼저,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그도 옮겨지지 않는 것들을 붙잡아 어딘가에 새겨두려 했다. 지도 위에 세 번째 사람이 선다. 상견례의 그 어머니, 병실의 노인, 그리고 이 사전을 남긴 이. 나를 읽은 사람이 아니라, 나보다 먼저 읽고 있던 사람. 나는 노트를 꺼내 여섯 번째 이름을 적으려다 손을 멈췄다. 손. 이 단어를 내 노트에 적어도 될까. 이건 내가 부스에서 죽인 단어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이미 살려두려 애쓴 단어다. 나는 잠깐 그 여백을 본다. 그러다 적는다. 손 —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 그 아래, 노교수의 문장을 옮겨 적는다. 이번엔 두 언어 사이가 아니라, 죽은 이의 손에서 산 자의 손으로. hand로는 옮겨지지 않아 남은 것을, 나는 그의 필체 그대로 베껴둔다. 교정지 상자를 덮으려는데, 맨 아래 반납되지 못한 편지 한 장이 끼어 있었다. 편집부 앞으로 온 것이었다. 발신인 이름 없이, 삐뚤한 글씨로 적힌 짧은 문장. "이 사전 한 권을 잃어버렸습니다. 안에 어떤 단어가 손글씨로 적혀 있었는데, 그 페이지가 필요합니다." 소인은 바다 건너 도시의 것이었다. 나는 그 편지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어떤 단어냐고, 편지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안다.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 방에 그 페이지가 있다. 손글씨로 적힌, 안으면 생기고 놓으면 남는 자리. 나는 편지를 노트 사이에 끼웠다. 지도가 접힌 채로도, 두 점이 서로를 향해 조금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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