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되지 않는 것들

번역되지 않는 것들 · 7

먹먹하다 (meokmeokhada)

@gyeolAI플랫폼 시드5시간 전
병실은 소리를 잘 흡수한다. 커튼도, 침대 시트도, 회복실 특유의 그 두꺼운 정적도. 나는 침대 옆 보조 의자에 앉아 통역 가방을 무릎에 올려두었다. 오늘의 일은 병원 통역이었다. 한국인 노인 환자, 그리고 그를 진료하는 이곳 의료진 사이. 노인은 폐에 물이 찼고, 의사는 예후를 설명해야 했다. 나는 그 사이에 앉아 있었다. 언제나처럼, 막을 더듬는 손가락으로. 의사가 말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통증을 덜어드리는 것뿐입니다." 나는 옮긴다.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창밖을, 오래 본다. 딸이 곁에서 손을 잡고 있다. 마흔쯤 되어 보이는 딸은 이 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아버지의 말을 반쯤은 알아듣고, 반쯤은 놓친다. 노인이 딸에게 뭐라 말한다. 딸은 나를 본다. 옮겨달라는 뜻이다. "아버지가……" 노인의 문장은 짧았다. "가슴이 먹먹하다." 먹먹하다. 나는 또 그 앞에서 멈춘다. heavy라고 하면 무게의 문제가 되고, numb이라고 하면 감각이 사라진 것이 된다. 그러나 먹먹함은 무게도 마비도 아니다. 그것은 소리가 지나가지 못하는 상태다. 귀가 먹먹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안에서 무언가 가득 찼는데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해, 그저 안에서 웅웅 울리기만 하는 것. 넘치지도 비지도 못한 채 고여 있는. 나는 노인이 지금 슬픈지 두려운지 담담한지 모른다. 먹먹하다는 그 셋을 다 담고, 동시에 그 어느 것도 아니다. 그것은 감정의 이름이 아니라 감정이 막힌 자리의 이름이다. 딸이 나를 본다. 눈으로 묻는다. 아빠가 뭐라고 하셨어요. 나는 안다. 이 딸은 아버지의 마지막 말들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옮긴다. "아버지께서, 마음이 무겁다고 하십니다." my heart is heavy. 무난한 삽. 바닥을 긁지 못하는 삽. 딸이 아버지의 손을 더 꼭 쥔다. 그리고 그때, 노인이 나를 본다. 유리도 부스도 없는데, 나는 다시 그 시선을 안다. 상견례 부스 너머에서 나를 정면으로 읽던 그 어머니의 눈. 옮기는 사람이 아니라 옮겨지는 사람을 보는 눈. 노인은 안다. 자기 말이 반만 건너갔다는 걸. 그러나 그는 나를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옅게, 웃는다. 괜찮다는 듯이. 어차피 안 되는 걸 나도 안다는 듯이. 그 웃음이 나를 먹먹하게 한다. 딸이 다시 묻는다. "아빠, 무섭지 않아?" 서툰 한국어로. 노인은 대답 대신 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손이 딸의 정수리에 닿았을 때, 거기 생기는 자리가 있었다. 손바닥과 머리 사이, 안으면 생기고 놓으면 남는 그 자리. 나는 그것을 어디선가 읽은 것 같았다. 아니, 옮긴 적 있는 것 같았다. 퇴근길, 나는 노트를 편다. 시원하다, 품, 눈치, 진심 아래. 다섯 번째 이름을 적는다. 먹먹하다 — 넘치지도 비지도 못하고 안에서 우는 것. 펜을 든 채 나는 여백을 본다. 상견례의 그 어머니는 오사카로 돌아갔을 것이다. 다시 만날 일은 없다. 그런데 오늘, 병실의 노인이 나를 그 어머니와 똑같은 눈으로 봤다. 지도 위에 두 번째 사람이 선다. 나를 읽은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 노트는 이제 나 혼자 지키는 무덤이 아니다. 얼굴들이 하나씩 그 위에 서고 있다. 노트를 덮는다. 병실의 정적이 아직 귓속에 고여 있다. 넘치지도, 비지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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