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붙은 자리가 먼저 아프다

6

물어는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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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을 닫고 나는 집에 안 갔다. 진료실 불을 다시 켰다. 켜고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 여덟 시가 조금 넘었다. --- 남기태 씨 차트를 열었다. 두 줄이다. 첫 진료 날짜와 좌측 흉협부 결림, 두 번째 날짜와 같은 상병, 침 치료 경과. 그 아래는 비어 있다. --- 나는 첫 줄을 봤다. 그날 나는 그를 엎드리게 하고 등을 봤다. 어깨부터 내려가다가 왼쪽 옆구리에서 걸렸고, 세 번 지나가서 세 군데를 셌다. 세고 나서 나는 무엇을 했나. --- 일어나시라고 했다. 옷을 입으시라고 했고, 침을 놓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에 오시라고 했다. 그 사이에 나는 한 문장도 안 물었다. --- 두 번째 날은 물었다. 「부러지신 적 있으십니까.」 그건 물었다. --- 그런데 그건 다른 질문이다. 부러진 적이 있느냐는 건 사실을 묻는다. 적을까요 말까요는 그 사실을 어디에 둘지 묻는다. 앞의 것은 물었고 뒤의 것은 안 물었다. --- 나는 화면을 그대로 두고 앉아 있었다. --- 왜 안 물었나. --- 답이 여럿 떠올랐다. 그가 엑스레이를 거부했으니까. 그가 기록을 무서워하는 게 보였으니까. 물으면 그 사람이 또 정해야 하고, 정하는 일이 그 사람한테 부담일 테니까. 셋 다 말이 된다. --- 말이 되는 게 셋이면 셋 다 아닐 수도 있다. --- 셋을 하나씩 밀어 봤다. 엑스레이를 거부하셔서 안 물었다면, 거부하시기 전에는 물을 수 있었다. 첫날은 거부하신 적이 없다. 그날 나는 세 군데를 세고 아무것도 안 물었다. 첫 번째는 아니다. --- 무서워하시는 게 보여서 안 물었다면, 나는 그걸 첫날에 어떻게 알았나. 첫날에 그분은 아무것도 안 무서워하셨다. 웃으셨고 냉장고 얘기 비슷한 것도 하셨다. 두 번째도 아니다. --- 부담일까 봐 안 물었다면. 그것도 내가 정했다. 그분이 부담스러워하실지 아닐지를 내가 정했다. --- 세 번째는 답이 아니라 같은 말이다. --- 나는 윤말숙 님한테는 물었다. 그분도 「부러진 적은 없어요」라고 하셨다. 그분도 옆구리를 짚으셨다가 떼셨다. 같았는데 나는 한 분한테는 묻고 한 분한테는 안 물었다. --- 다른 게 뭐였나. --- 한참 앉아 있었다. 밖에서 셔터 내리는 소리가 두 번 났다. 세탁소하고 그 옆집이다. 답이 안 나왔다. --- 나는 화면을 껐다. --- 끄고 나서 접수대 쪽을 봤다. 소원은 갔다. 접수 화면도 꺼져 있고 장부도 서랍에 들어가 있었다. 물어본 사람은 오늘 없었다. --- 어제는 물어본 사람이 있었다. 나보다 먼저 물었다. --- 수요일에 요양원에 갔다. 버스로 스물두 정거장이고 면회는 두 시부터다. 나는 한 시 사십 분에 도착해서 이십 분을 앉아 있었다. 면회실에는 사람이 둘 있었다. 한 사람은 휠체어에 앉았고 한 사람은 그 옆에 섰다. 선 쪽이 계속 말을 하고 앉은 쪽은 창을 봤다. 이십 분 동안 앉은 쪽은 두 번 대답했다. --- 앉아 있는 동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 종이가 들어 있었다. 어제 서랍에서 꺼내 왔다. 셋 중에 맨 위에 있던 것. 갈비뼈 열두 줄이 그려져 있고 점은 없다. --- 두 장은 두고 왔다. --- 아버지는 창가에 계셨다. 오른손 위에 왼손이 덮여 있었다. 내가 앉으니까 왼손을 치우셨다. 오른손이 떨렸다. --- "왔냐." "네." "…….." "밥은." "먹고 왔습니다." --- 나는 앉았다. 무슨 말을 할지 정하고 오지 않는다. 오늘은 하나만 정하고 왔다. 그것도 어떻게 물을지는 안 정했다. --- "아버지." "응." --- "아버지 하실 때요." "…….." "적으셨습니까." --- 아버지가 창밖을 보셨다. --- "뭘." --- "만져서 아신 거요." --- 아버지가 나를 보셨다. 보시고 한참 계셨다. 창밖에서 차가 한 대 들어왔다가 나갔다. --- "안 적었다." --- "…….." "적을 데가 없으셨습니까." --- "없었지." --- 아버지가 왼손으로 무릎을 짚으셨다. "간판도 없고 종이도 없고, 적으면 그게 뭐가 되는지도 몰랐다."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니까 안 적는 건 아버지한테서 왔다. 나는 그 말을 하려다 말았다. 말하면 그게 위로가 되는데 오늘 위로하러 온 게 아니다. --- 아버지가 한 마디 더 하셨다. --- "근데 물어는 봤다." --- 나는 아버지를 봤다. --- "뭘 물어보셨는데요." --- 아버지가 오른손을 보셨다. 떨리는 걸 보고 계셨다. 왼손은 안 올리셨다. --- "적어 주까, 하고." --- 나는 그 말을 한 번에 못 알아들었다. --- "적어 준다고요." "응." --- "어디다요." --- "…….." "종이에." --- "무슨 종이요." --- 아버지가 대답을 안 하셨다. ---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넣었다가 뺐다. 꺼내려다 말았다. 꺼내서 보여 드리면 아버지가 그걸 보시고, 보시면 내가 오늘 무엇 때문에 왔는지가 다 드러난다. --- 오늘은 그걸 보이러 온 게 아니다. --- "아버지." "응." --- "그거 물어보면 뭐라고들 하셨습니까." --- 아버지가 처음으로 웃으셨다. --- "반은 됐다고 하고." "…….." "반은 해 달라고 했다." --- "반반입니까." --- "그쯤 됐다." 아버지가 창밖을 보셨다. "됐다는 사람이 좀 더 많았던 해도 있고 아닌 해도 있고." --- "뭐가 달랐는데요." --- "몰라." "…….." "물어보는 내 말투가 달랐을 수도 있지." --- "해 달라고 하면요." --- "해 줬지." --- 간단했다. --- "안 해 달라고 하면요." --- "안 했지." --- "…….." "그럼 그 사람은 아무 데도 안 남잖아요." --- 아버지가 나를 보셨다. --- "안 남지." --- "…….." "그래도 물어본 건 남지 않습니까." --- 아버지가 그 말에 대답을 안 하셨다. 오른손을 무릎에 놓으셨다. 떨리는 게 무릎에 닿아서 바지가 조금 움직였다. 나는 그걸 보고 있었다. --- 나는 삼십 년 동안 하루에 열 명씩 오던 집을 생각했다. 간판도 없고 면허도 없고 종이도 없는 집이다. 거기서 물어보는 일이 하루에 몇 번이었나. --- 세어 보려다 말았다. --- 나는 오 년 동안 이 자리에서 진료했다. 하루에 스물몇 명 본다. 오 년이면 얼마인지는 대충 안다. 그 숫자 중에 적을까요 말까요를 물은 것은 어제 한 번이다. --- 한 번이라는 걸 나는 어제 알았다. 어제 알기 전까지 나는 그걸 한 번도 안 셌다. --- 아버지는 세셨을까. --- "아버지." "응." --- "그럼 어떻게 적으셨는데요." --- 아버지가 나를 보셨다. --- 한참 보셨다. 밖에서 누가 지나갔다. 슬리퍼 끄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복도 끝까지 갔다가 없어졌다. 아버지가 무릎을 짚으셨다. --- 왼손으로 짚고 일어나셨다. 일어나시는 데 두 번 걸렸다. 한 번 반쯤 일어나셨다가 다시 앉으시고, 두 번째에 일어나셨다. 나는 안 잡아 드렸다. --- 잡아 드리면 잡는 손이 된다. --- 아버지가 방 쪽으로 가셨다. 가시다가 한 번 서셨다. 서서 뒤를 안 돌아보셨다. 그리고 들어가셨다. --- 문이 닫혔다. --- 나는 창가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면회 시간이 사십 분 남았다. 나는 그 사십 분을 거기 앉아서 보냈다. 아버지는 안 나오셨다. --- 세 시 반에 일어났다. --- 나가는 길에 간호사한테 인사를 했다. 다음 주에도 수요일에 오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 걸 봤는지 안 봤는지는 안 물었다. 물으면 그 사람이 뭔가를 적어야 할 것 같았다. --- 버스에서 나는 주머니의 종이를 꺼냈다. 갈비뼈 열두 줄에 점이 없다. 아래에 한 줄이 적혀 있다. `적을까요, 말까요.` --- 그 아래에 여백이 있었다. --- 펜이 없어서 못 적었다. --- 집에 와서는 펜이 있었다. 식탁에 앉아서 종이를 폈다. 볼펜이 두 자루 있었고 둘 다 나왔다. --- 적을 것이 없었다. --- `적어 주까`를 적으면 그건 아버지 말이다. 내 말은 아직 없다. --- 종이를 도로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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