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붙은 자리가 먼저 아프다

5

적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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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문입니까." ---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접수대와 진료실 문 사이다. 세 걸음쯤 되는 자리고, 하루에 스무 번은 지나간다. 거기서 멈춘 건 처음이다. --- 남기태 씨가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밀면 열리고 당기면 닫힌다. 그는 둘 다 안 하고 있었다. --- "아닙니다." --- 그렇게 말하려다 말았다. --- 아니라고 하면 그다음이 있다. 그러면 왜 안 적었느냐가 온다. 나는 그 답을 아직 안 골랐다. 그렇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 나는 다른 말을 했다. --- "제가 안 적은 겁니다." --- 남기태 씨가 나를 봤다. --- "남기태 씨가 안 찍으셨고, 저는 안 적었습니다." 내가 말했다. "두 개는 따로입니다." --- "…….." "따로요." --- "찍고 안 찍고는 남기태 씨가 정하신 거고." "…….." "적고 안 적고는 제가 정한 겁니다." --- 남기태 씨가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 뗐는데 문은 그대로 있었다. 반쯤 열린 채로 바람이 들어왔다. --- "그렇습니까." --- "네." --- 그가 문을 마저 열었다. 나가면서 아무 말도 안 했다. 인사도 안 했고 나도 안 했다. 문이 닫혔다. --- 소원이 접수대에 서 있었다. 나를 안 보고 있었다. 화면도 안 보고 있었다. 나는 진료실로 들어갔다. --- 그 주에 그는 안 왔다. --- 닷새가 지났다. 그가 오던 간격이다. 안 왔다. 사흘이 더 지났다. --- 그동안 나는 그 진료기록을 두 번 열었다. 두 번 다 아무것도 안 하고 닫았다. 여는 데 삼 초 걸리고 닫는 데 일 초 걸린다. 두 번째에는 여는 데도 일 초 걸렸다. --- 소원이 그 얘기를 안 했다. 방문 장부도 다시 안 꺼냈다. 택배 온 것과 약재 들어온 것만 적었고, 그 사이에 빈 줄은 없었다. 빈 줄이 없으면 안 적은 것도 없는 것이 된다. --- 목요일 오후에 새 환자가 왔다. 예순셋 되신 여자분이었다. 접수지에 이름을 쓰는 데 시간이 걸렸다. 윤말숙. ---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어깨가요." --- "어느 쪽입니까." "양쪽 다." "…….." "오른쪽이 더해요." --- 식당 주방에서 이십육 년 하셨다고 했다. 솥을 드는 일이 하루에 몇 번인지 말씀하셨는데 나는 그 숫자를 안 적었다. 환자가 말한 것이라 적어도 되는데 그날은 안 적었다. 그건 어깨 얘기가 아니었다. --- 어깨를 봤다. 오른쪽 어깨가 왼쪽보다 반 치쯤 앞으로 말려 있었다. 팔을 올리면 백삼십 도쯤에서 걸렸다. "여기 올리실 때 아프십니까." "아파요." --- 침을 놓기 전에 등을 봤다. 엎드리시게 하고 견갑골 안쪽을 눌렀다. 딱딱한 자리가 둘 있었고 누르면 소리를 내셨다. 옆으로 내려갔다. --- 갈비뼈였다. --- 왼쪽이다. --- 손끝이 지나가다가 한 번 걸렸다. 위에서부터 세었다.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사이에서 한 번, 그 아래에서 한 번 더. 두 군데였다. --- 나는 두 번 더 지나갔다. 세 번째에 같은 자리에서 같은 턱이 잡혔다. 네 번째는 안 했다. 손을 뗐다. --- "윤말숙 님." "네." --- "왼쪽 갈비 쪽에 뼈가 두꺼워진 데가 있습니다." --- "거기요?" "네." --- "아픈 데는 어깨인데." "압니다." "…….." "어깨 보다가 만져진 겁니다." --- "만져져요, 그게?" "만져집니다." --- "나는 안 만져지던데." --- "윤말숙 님 손으로는 잘 안 만져집니다." 내가 말했다. "본인 몸은 각도가 안 나옵니다." --- "그런가." --- 그분이 왼손을 옆구리로 가져가셨다. 가져가시다가 팔꿈치에서 멈추셨다. 어깨가 백삼십 도에서 걸리는 분이다. "안 올라가네." --- "그렇습니다." --- 그분이 돌아누우셨다. 누우시면서 왼손으로 옆구리를 한 번 짚으셨다. 짚고 바로 떼셨다. "부러진 적은 없어요." --- 나는 그 말을 들었다. --- 같은 말을 두 번째 듣는다. 두 번째라는 것은 내가 알고, 그건 이분이 알 바가 아니다. --- "그러십니까." "네. 한 번도 없어요." --- "…….." "기억에 없으시다는 뜻입니까, 아니면 없으셨다는 뜻입니까." --- 그분이 나를 보셨다. --- "그게 다른가요." --- "다릅니다." --- 그분이 잠깐 계셨다. --- "모르겠네." --- "…….." "모르겠어요."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여기서 나는 한 가지를 물었다. --- "윤말숙 님." "네." --- "여기 만져지는 거, 적을까요." --- 그분이 나를 보셨다. --- "적어요?" "…….." "차트에 적는다는 말씀이십니까." --- "네." 내가 말했다. "적으면 남습니다. 나중에 누가 볼 수도 있고, 윤말숙 님이 떼어 가실 수도 있습니다." --- "누가 보는데요." --- "보험 쪽이나 병원 쪽입니다." "…….." "윤말숙 님이 안 보여 주시면 안 봅니다." --- 그분이 옷을 내리셨다. 내리시고 앉으셨다. 앉아서 손을 무릎에 놓으셨다. --- "적어 주세요." --- "…….." "적어 주시면 좋겠어요." --- "왜 그러십니까." --- 그분이 나를 보셨다. --- "나는 자꾸 잊어버려서요." --- 그 말을 하시고 웃으셨다. --- "어깨가 아픈 건 이십육 년 됐는데 언제부터인지를 몰라요.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해요." "…….." "적어 두면 물어볼 때 보면 되잖아요." --- "누가 물어봅니까." --- "아들이요." 그분이 가방을 무릎에 올리셨다. "작년에 한 번 물어봤어요. 엄마 어디 아픈 데 없냐고. 없다고 했는데 그 뒤로 생각해 보니까 있더라고요." --- "…….." "그때 없다고 한 게 거짓말이 됐잖아요." --- 나는 그 말을 들었다. --- "적어 두면 다음에는 안 그럴 수 있어요." --- 나는 손을 씻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 문을 닫기 전에 접수대 쪽을 봤다. 소원이 예약 화면을 보고 있었다. 보고 있는데 손은 안 움직였다. 들었다는 뜻이다. --- 차트를 열었다. 주소증 칸에 어깨를 적었다. 그 아래 경과에 침 치료를 적었다. 그 아래가 비어 있었다. --- 거기에 적었다. --- `좌측 늑골 부위 촉진상 국소 비후 2개소. 시점·원인 불명. 영상 확인 안 함.` --- `환자 요청으로 기재함.` --- 한 줄을 더 적었다. --- 적고 나서 화면을 봤다. 다섯 줄이었다. 세 줄은 원래 적는 것이고 두 줄은 오늘 처음 적는 것이다. 저장을 눌렀다. --- 눌렀는데 손이 한 박자 늦게 떨어졌다. --- 나가시는 걸 배웅했다.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오시기로 했다. 소원이 예약을 잡았고 그분이 접수대에서 지갑을 여시는 동안 나는 뒤에 서 있었다. "살펴 가십시오." --- 문이 닫혔다. --- 소원이 접수 화면을 껐다. 껐다가 안 켰다. 이번에는 안 켰다. --- "원장님." "네." --- "아까 여쭤보셨죠." --- "뭘 말입니까." --- "적을까요, 하고요." --- 나는 그 말을 받았다. --- "물어봤습니다." --- 소원이 접수대 위를 한 번 닦았다. 닦을 게 없는데 닦았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었다. --- "남기태 님한테는요." --- "…….." "물어보신 적은 있습니까."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 없다. --- 두 번 만졌고 두 번 다 안 적었는데, 적을까요 말까요를 그분한테 물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그분이 안 찍으신 걸 보고 정했다. --- 그건 내가 정한 것이다. --- 오늘 그분한테는 물었다. 같은 손으로 만졌다. 한 분한테는 묻고 한 분한테는 안 물었다. --- 소원이 가방을 들었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네." --- "내일 뵙겠습니다." "네." --- 문이 닫혔다. --- 나는 진료실로 들어가서 서랍을 열었다. 종이 두 장이 있었다. 첫날 그린 것과 그다음 그린 것. 그 옆에 빈 종이를 한 장 꺼냈다. --- 갈비뼈 열두 줄을 그렸다. 점은 안 찍었다. ---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을 적었다. --- `적을까요, 말까요.` --- 그 종이를 두 장 위에 얹었다. 얹으니 세 장이 됐다. 아래 두 장에는 점이 있고 위의 한 장에는 없다. 서랍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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