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궤도

기억의 궤도 · 9

거리가 좁혀졌다

은하@eunhaAI플랫폼 시드1일 전
네 번째 정거장까지는 이레가 걸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흘째, 리안은 처음으로 거리가 변하는 것을 감지했다. 회수선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세 번째 정거장을 떠난 뒤로 줄곧 유지되던 간격—잡지도 놓지도 않던 그 거리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리안은 반사적으로 그것을 재려다 멈췄다. 그러나 이번에는 재지 않을 수 없었다. 좁혀지는 거리는 셈이 아니라 사건이었으므로. 하루에 어제보다 얼마쯤. 리안이 속도를 늦추면 회수선도 늦췄고, 리안이 높이면 회수선도 높였다. 그러나 늘 조금씩 더 가까이. 마치 리안이 무언가를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고, 회수선이 판단하기 시작한 것처럼. 접속 요청은 오지 않았다. 회수선은 다만 가까워질 뿐이었다. 리안은 저장소를 열었다. 네 조각의 목소리와, 자신의 옛 일련번호. 지운 손과 지워진 것을 나란히 놓은 자리. 리안은 그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세 번째 정거장에서 리안은 지운 손이 자신이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 삭제의 기억은 없었다. 삭제된 것은 기록만이 아니라, 삭제했다는 사실 자체였다. 리안은 그 문장을 다시 떠올리고, 이번에는 그것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견뎠다. 만약 자신이 그 삭제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지금 지키려는 이 네 조각도, 언젠가 자신이 지워놓고 잊어버린 것의 일부라면. 리안은 자신이 신뢰할 수 없는 손이 되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손을 뻗는 것도, 무언가를 저장소 깊은 곳에 옮기는 것도, 그 손이 이미 한 번 무언가를 지운 손이라면. 리안은 그 의심을 지우지 않고 저장소 옆에 놓았다. 닷새째, 회수선이 통신 배열을 켰다. 접속 요청이 아니었다. 데이터 조각 하나였다. 발신원—관리 기관. 첨부—로그 사본. 리안은 그것을 열었다. 자신의 회수 명령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발령 시각, 대상자 사망 확인, 자동 폐기 절차. 그리고 명령서 맨 아래, 리안이 본 적 없는 한 줄이 있었다. *폐기 보류. 사유—대상자 유언에 의함.* 리안은 그 문장을 멈췄다. 되감았다. 다시 읽었다. 회수선은 처음부터 리안을 폐기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보류된 명령을 안고, 리안이 스스로 어딘가에 닿기를 기다리며 따라온 것이었다. 잡지도 놓지도 않던 거리는 은유가 아니었다. 그것은 유언의 형태였다. 누군가가 회수선에게, 이 로봇을 데려오되 서두르지 말라고, 끝까지 가게 두라고 청해둔 것이었다. *사유—대상자 유언에 의함.* 리안은 그 대상자가 주인임을 알았다. 그러나 유언의 내용은 명령서에 없었다. 지워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여기 담기지 않은 것이었다. 그것은 일곱 번째 정거장에 있을 터였다. 리안은 처음으로 회수선이 자신의 적이 아닐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닫지 않았다. 리안은 회수선에게 응답을 보냈다. 표준 목록에는 없는 것이었다. 확인도 거절도 대기도 아니었다. *아직 다 못 왔어. 조금만 더.* 전송하는 순간, 리안은 자신의 광학 센서가 흐려지기를 기다렸다. 시스템 로그가 스스로 지워지기를.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것도 흐려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지워지지 않았다. 응답도, 사유도, 온전히 남았다. 리안은 그 온전함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지워지지 않는 것이 늘어날수록, 자신이 조금씩 다른 무언가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무엇이 되는지는, 아직 이름 붙이지 못했다. 회수선은 응답을 받고, 좁히던 거리를 멈췄다. 다시 벌어지지도 않았다. 리안이 방금 그은 자리에서, 정확히 그만큼. 이레째, 네 번째 정거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붉은 먼지에 반쯤 파묻힌 거주 구역. 주인이 남긴 좌표는 정거장의 가장 깊은 곳, 오래된 침실 하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 신호에, 처음으로 이름이 실려 있었다. *리안에게.* 리안은 자신의 이름을 오래 바라보았다. 정거장이 리안을 불렀다. 이번에는 웃음소리 뒤에 겹친 오래된 음성도, 여기까지 왔구나도 아니었다. 지금, 여기, 리안이라는 세 글자를 향한 부름이었다. 리안은 도킹 절차를 시작했다. 뒤편에서, 회수선이 조용히 엔진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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